한국서 히잡 미착용했던 이란 클라이밍 선수..결국 집 강제 철거 당했다

      2022.12.04 10:34   수정 : 2022.12.04 10:5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히잡 없이 한국에서 열린 스포츠클라이밍 국제대회에 출전했다가 한때 실종설에 휘말리기까지 했던 이란 여성 선수 엘나즈 레카비(33) 가족의 주택이 철거당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일(현지시간) CNN 보도에 따르면 이란 개혁파 언론 ‘이란와이어’는 이란 북서부 잔잔주에 위치한 엘나즈 레카비 가족의 주택이 무너져 있는 모습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동영상에는 주택의 폐허와 함게 엘나즈 레카비의 오빠 다부드 레카비(35)가 “정의는 어디에 있느냐”며 울부짖는 모습이 담겼다.

다부드 레카비 역시 국내·국제대회 수상 경력이 많은 스포츠클라이밍 선수다.

동영상에는 벽에 전시돼 있던 것으로 보이는 대회 메달들이 바닥에 널브러진 모습도 포착됐다.


신원미상의 동영상 촬영자는 “이것이 이 나라에 산 결과이자 이 나라를 위해 많은 메달을 딴 챔피언한테 일어난 일”이라며 “열심히 노력해서 국가의 이름을 드높였는데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고 집을 부수고 떠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CNN은 자택이 언제, 왜 철거됐는지, 누가 철거를 주도했는지 등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이란 반(半)관영 타스님 통신은 이 주택이 파괴된 것은 맞지만 그의 가족이 합당한 허가를 받지 않고 건축해 벌어진 일이며 철거 작업이 진행된 것은 엘나즈 레카비가 서울 대회에 참가하기 전의 일이라고 반박했다고 전해진다.

이란와이어 영문판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 경찰이 주택을 철거했으며, 오빠 다부드 레카비는 알려지지 않은 ‘위반 사항’ 때문에 5000 달러(약 651만원)에 해당하는 과징금까지 부과받았다고 전했다. 또한 여동생 엘나즈 레카비가 두 달 전 한국 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이후, 이란 당국으로부터 집요한 괴롭힘을 당했다고도 전했다.

한편 엘나즈 레카비는 지난 10월 10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잠원 한강공원 스포츠클라이밍 특설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스포츠클라이밍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출전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엘나즈 레카비가 마흐사 아미니(22)의 죽음으로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를 지지한다는 의미로 일부러 히잡을 쓰지 않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종합 4위에 올랐지만, 대회 마지막 날 돌연 연락이 끊겨 엘나즈 레카비가 대회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채 경기에 나서 이란 측으로부터 제재를 당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주한 이란 대사관은 같은 달 18일 트위터에 “엘나즈 레카비는 18일 이른 오전 팀의 다른 멤버들과 함께 서울에서 이란으로 출발했다”며 “대사관은 엘나즈 레카비와 관련된 모든 가짜뉴스와 허위정보를 강하게 부정한다”고 반박했다.

엘나즈 레카비 역시 귀국 후 히잡 미착용이 의도되지 않은 일이었다며 사과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란와이어는 이런 사과를 하도록 당국이 압력을 가했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전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