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독소조항 우려 동맹국에 美는 신의 보여야

      2022.12.04 18:29   수정 : 2022.12.04 18:29기사원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 수정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한 것은 의미 있게 평가할 만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IRA에 대해 "조정이 필요한 작은 결함(glitches)들이 있다"고 인정했다. 공개석상에서 바이든이 자신의 치적으로 삼아온 IRA의 문제를 언급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은 "유럽 국가들이 근본적으로 더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미세한 조정방안들(tweaks)이 있다"는 말도 했다. 대대적 법 개정까지 약속하진 않았지만 동맹국에 불합리한 요소를 해소해 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는 점에 주목한다.


지난 8월 시행된 IRA는 바이든이 '더 나은 재건 법안'이란 명칭의 정책을 대체한 법이지만 핵심은 미국 우선주의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기후변화, 의료보장에 대한 획기적인 투자를 아우른다. 하지만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조항을 담고 있어 유럽, 아시아 등 동맹국을 저버렸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견제를 위해 동맹, 우방과의 연대를 수도 없이 강조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새 판을 짜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작 동맹국 이익은 외면한 IRA를 전격 시행했다. 애초부터 IRA는 정교하지도 않았고, 설득력도 부족한 법이었다고 봐야 한다.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미국 방문 중 IRA를 강도 높게 비판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마크롱은 "프랑스에도 일자리가 필요하다. 미국 제품을 파는 시장이 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충분히 공감한다.

IRA의 차별적 보조금정책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회원국 간의 차별을 금지하는 최혜국 대우 원칙 등 WTO 주요 규정과 충돌한다. 최근 유럽연합(EU) 내부에선 IRA를 WTO에 제소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상당하다고 한다. IRA로 유럽의 자동차 제조사뿐 아니라 친환경 기술기업 등 산업 전반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IRA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명시된 내국민 대우 원칙까지 위반이다. 우리의 경우 전기차의 조립국이 한국이든 미국이든 상관없이 내국민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 무엇보다 IRA는 동맹국 신의 위반이라는 사실이 더 치명적이다. 한국 기업의 미국 내 일자리 창출 공로와 대대적 투자액을 상기해 볼 때도 IRA는 유예 적용 등 어떤 형태로든 수정돼야 마땅하다.

정부와 국회 합동 대표단이 5일부터 닷새간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다.
캐서린 타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미국 상·하원 의원들을 두루 만나 IRA 관련 사항을 협의할 것이라고 한다. 미국 재무부는 연말까지 세부규정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정부가 구체적인 성과를 끌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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