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건 수출뿐 꺼져가는 엔진 다시 불 지펴야

      2022.12.05 18:15   수정 : 2022.12.05 18:19기사원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 팬데믹, 미·중 글로벌 패권 싸움 속에서도 올해 우리나라 수출은 자랑할 만한 성적표를 냈다. 수출액 세계 순위는 지난해 7위에서 6위로 올라서 다시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예상되는 연간 수출액은 6800억달러(879조원)대다.

당초 목표엔 소폭 못 미치지만, 이 수치만으로도 사상 최대치다.

내세울 수 있는 기록은 더 있다.
올해는 역대 최단기간인 9개월 만에 무역액 1조달러를 돌파했다. 교역규모 순위는 작년 8위에서 두 단계 뛰어올라 6위가 됐다. 벽 높은 미국 시장에서도 사상 처음 1000억달러 넘게 수출했다. 반도체, 자동차, 석유류 등 주력품들이 세계를 훨훨 날아다니며 한국의 자긍심을 높였다. 위기에 강한 우리 기업의 저력을 다시 확인시켜줬다.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무역의 날' 행사는 이들 무역인과 수출기업들을 위한 것이었다. 수출 1억달러 달성을 자축하며 '수출의 날'을 지정한 것이 1964년이다. 명칭은 바뀌었지만 그로부터 59년이 흘렀다. 이날 삼성전자는 역대 최고액 수출의 탑인 '1200억불 탑'을 수상했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첨단소재 수출 1조원을 달성해 '20억불 탑'을 일궈냈다. 불굴의 투지와 끈기로 시장을 이끌고 있는 이들 기업에 큰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수출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수출이야말로 기적의 한국 경제를 이끈 주된 동력이다. 하지만 글로벌 장기침체 위기 국면에서 우리의 버팀목 수출전선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수출은 최근 두 달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었고, 무역수지는 8개월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반도체 업황엔 빨간불이 켜졌다.

시장은 막히고 고금리까지 겹쳐 수출기업들은 자금난까지 호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수출기업 10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0%는 향후 6개월 내 상황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전경련이 500대 제조업을 상대로 한 새해 투자전망 조사에선 절반이 계획조차 세우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중 10%는 투자계획이 아예 없었다. 기업 환경이 그만큼 얼어붙고 있다는 이야기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에서 2026년 수출 5대 강국 목표를 다시 언급하며 "무역인과 함께 수출 최일선에서 뛰겠다"는 축사를 했다. 윤 정부는 이 비슷한 약속을 이미 여러 번 했다. 대통령은 직접 수출전략회의를 주재하겠다고 했으며, 전 부처의 산업부화까지 주문했다. 정상외교도 기업 해외진출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게 윤 정부 구상이다. 이제 필요한 건 빠른 실행력이다.
정부는 전방위로 규제를 풀어 기업이 밖으로 더 높이 뛸 수 있게 여건을 제공해야 한다. 지금의 수출 탑도 그런 과정을 거쳤다.
수출엔진에 다시 불을 지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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