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품절대란인데… 정유사는 재고 쌓여 "가동률 낮출판"

      2022.12.05 18:31   수정 : 2022.12.05 19:24기사원문
화물연대 파업이 12일째를 맞은 가운데 정유·석유화학·철강업계의 피해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특히 휘발유가 품절된 주유소가 96곳으로 늘면서 하루빨리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예고했지만 민주노총도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상황은 강대강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휘발유 품절 주유소 과반은 수도권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휘발유가 품절된 주유소는 96곳이다. 지난달 29일 21곳과 비교하면 357.1% 늘었다.
특히 전체의 57.2%가 수도권 지역에서 나올 만큼 해당 지역 상황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저유소에서 출하되는 기름의 양이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다. 정유사·주유소 기름 공급은 '정유사의 기름 정제-송유관을 통해 저유소로 이동-탱크로리' 등을 통해 주유소로 운반 등의 과정을 거치는데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는 화물연대에 가입해 있는 기사들이 95%에 육박해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기사들에게 평상시 금액의 130%를 준다고 해도 위험하면 오지 않는다"며 "출하지를 나서는 차량을 잡아 휘발유인지 확인하는 곳도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씨는 "어젯밤부터 기름이 다 떨어졌는데 이때부터 오늘 오후까지 주유하러 왔다가 그냥 돌아간 사람만 수십명"이라고 하소연했다.

원유를 정제해 되파는 정유사들도 울상이다. 상황이 심각해져 기름 재고가 쌓이면 공장가동률 조정까지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저유소로 보내는 기름 규모 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곳도 나왔다. 대한송유관공사에 따르면 통상적인 정유사 재고량은 50~60%로 아직은 여유가 있지만 출하가 늦어지는 만큼 재고가 과도하게 쌓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정유사는 국내에 쌓이는 기름을 해외수출로 보내 소화할 계획도 세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대부분 정유사는 "(내수용 기름의 해외수출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해외물량은 대부분 장기계약이라 (물량이) 갑자기 늘어나면 혼란이 올 것"이라며 "현물시장에 파는 물량도 많지는 않아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석화·철강 "공장 가동중단 우려"

석유화학업계와 철강업계의 상황도 심각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일 기준 석유화학업계의 제품 출하량은 평소 대비 21%에 불과하다. 특히 수출물량 출하를 위한 컨테이너 운송인력 확보 및 운반 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는 최악의 경우 공장 가동중단을 우려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다른 업계와 달리 공장 가동과 중단 시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데다 시간도 각각 2주 이상씩 걸리기 때문에 가동중단이 현실화되면 수익성에 더 큰 피해가 생길 것으로 예측된다.

철강업계는 출하차질 추산액이 1조원을 넘었다. 3일까지 철강업계 출하차질 규모는 1조306억원이다. 출하하지 못한 철강재도 쌓이고 있다. 포스코에서 출하가 중단된 물량은 포항제철소 1만t, 광양제철소 1만7000t 등 2만7000t이다.
현대제철도 이번 파업으로 육송 출하가 사실상 멈췄다. 인천, 당진, 포항 등 국내 5개 공장에서 하루 5만t 정도의 철강제품을 회사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다음주부터 일부 설비의 가동이 중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구자윤 기자
kjh0109@fnnews.com 권준호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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