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 새는 건보재정..정부, 과잉의료·도덕적 해이 구조적 손본다

      2022.12.08 14:00   수정 : 2022.12.08 14: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건강보험 재정이 오는 2028년 고갈될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정부가 자기공명영상(MRI)·초음파 검사 등 급여 항목을 재점검해 재정 누수 억제에 나선다.

정부는 '문재인케어' 등으로 지나치게 보장성이 강화된 급여 항목을 재점검해 합리적 의료이용을 유도, 건보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필수의료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8일 보건복지부는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방안 및 필수의료 지원대책' 공청회를 열었다.

복지부는 건보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필수의료 기반을 회복하는 방안을 마련했고, 현장과 학계의 전문가, 일반 국민에게 이를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이번 공청회를 마련했다.

■재정 축내는 '도덕적 해이' 방지, 구조적으로 손본다
건보 재정 지출 증가로 최근 5년 간 건강보험료 증가율은 2.7%로 이전 5년(2013~2017)의 1.1%보다 2.5배로 늘어나는 등, 국민의 보험료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외국인의 무임승차, 자격 도용 등에 대한 재정누수, 불필요한 의료남용 등 문제로 재정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정부는 우선 일률적인 급여화로 인해 뇌·뇌혈관 MRI 등 일부 항목을 중심으로 의학적 필요가 불명확한 검사가 시행되는 등 과잉 의료이용을 점검해 남용이 의심되는 항목은 급여기준을 명확하게 개선한다. 또 당초 급여화 예정이던 근골격계 초음파, MRI는 의료적 필요도와 이용량 등을 분석해 필수 항목을 중심으로 제한적 급여화를 추진한다.

또 현행 건강보험체계 내에서 도덕적 해이와 불필요한 의료남용 발생을 억제한다. 지난해 1명이 연간 2050회의 외래를 이용해 공단 부담금 2700만원을 발생시킨 사례가 더 이상 발생할 수 없도록 연간 365회 이상의 외래를 이용하는 과다 이용자의 본인부담률을 대폭 늘린다.

사회적 문제가 됐던 외국인 피부양자가 입국 직후 고액 진료를 받거나, 타인 자격을 도용해 진료를 받는 건강보험 무임승차 문제도 손을 본다. 외국인 피부양자와 장기간 해외 체류 중인 영주권자가 지역가입자로 입국한 경우 6개월이 경과한 후부터 건강보험을 적용해 건보 재정의 누수를 막는다.

임인택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번 대책은 국민들이 받았던 적정 의료서비스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일률적 보장성 강화를 추진하면서 불필요한 의료남용이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을 의료적 필요도에 따라 점검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실장은 "문재인케어를 전면 재검토한다는 것보다는 건보 급여기준이 불명확했던 점, 예를 들어 MRI를 찍어야될 의료적 필요 없이 과잉 의료를 했던 것을 바로잡고, 전문가들과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합리화시켜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절감된 재원, 필수의료에 제대로 투자
정부는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와 국민 부담이 큰 재난적 의료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지출개혁으로 절감된 재원을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정부는 필수의료 중에서도 우선 순위가 높은 중증·응급, 분만, 소아환자를 중심으로 거주지 인근에서, 골든타임 내에 24시간·365일 상시 필수의료를 제공받을 수 있는 '지역완결적 필수의료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설명했다.

야간.휴일 당직, 장시간 대기 등 의료인력의 업무부담이 큰 필수의료 분야에 적정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가산을 확대한다.
대기, 당직 시간 등을 고려, 뇌동맥류, 중증외상 등의 야간·휴일 응급 수술, 시술에 대해 가산율이 큰 폭으로 확대되고, 응급실에 내원한 중증 환자의 신속한 후속 진료 연계를 위해 응급전용입원실 관리료가 신설된다.

필수의료 분야 인력의 업무강도 및 처우수준도 지속적으로 개선하낟. 분야별, 지역별 근무실태 및 인력수급 전망 등을 검토해 전공의 연속근무 등 의사의 당직, 근무시간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필수의료 분야에 헌신한 의료인 대한 (가칭)‘한국의 의사상’ 도입도 추진한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공청회 기조발언에서 “건강보험의 재정 건전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지출개혁으로 절감된 재원은 필수의료와 같이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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