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구름다리 서니 웅장한 자태 한눈에... 가슴 뻥 뚫리는 절경에 흥얼거리는 옛노래
2022.12.09 04:00
수정 : 2022.12.09 04:00기사원문
월출산 천황봉에 보름달이 뜬다
달 보는 아리랑 님 보는 아리랑
하춘화의 영암아리랑 中
【파이낸셜뉴스 영암(전남)=이환주 기자】 바람을 뜻하는 '풍(風)'과 흐름을 뜻하는 '류(流)', 풍류는 한국인의 특징을 잘 표현한 단어다. 최치원의 '난랑비서'에는 "나라에 현묘한 도가 있으니 '풍류'라 한다. 풍류는 유.불.선 삼교를 포함하는 것으로서, 모든 생명체를 접하여 감화시키는 것"이라고 쓰여 있다.
■기암괴석 가득한 월출산 구름다리
우리나라는 전국토의 약 63%가 산림으로 전국 어느 곳을 가도 명산이 있게 마련이다. 고로 '등산 덕후'가 아니라면 1~2박의 타이트한 여행 일정에 산을 타는 것은 큰 기회비용이 따른다. 하지만 영암을 찾는다면 등산화를 반드시 챙기자. '달이 뜨는 산', 월출산은 바위산으로 등반이 쉽지 않지만 오르고 나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매력이 있다.
월출산은 해발 809m로 높지는 않지만 암석과 수량이 적은 급경사 계곡이 많아 호락호락하지 않다. 정상은 '천황봉'으로 지역 주민들은 "지리산 '천왕봉'(1915m)이 '왕자'의 산이라면 월출산은 '황제'의 산"이라고 부른다. 천황봉 정상까지 가지 않더라도 3분의 1 지점에 있는 '구름다리'에 올라 산을 굽어보는 것도 절경이다.
주봉인 천황봉에서 서쪽으로 약 1㎞ 지점에 있는 구정봉(해발 738m)에서 바라보는 '큰바위 얼굴'은 신이 직접 조각한 듯 선이 굵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 미국 사우스 다코타주에 역대 대통령의 조각상을 새겨 넣은 '큰바위 얼굴'이 있지만 현재는 많이 훼손된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월출산 큰 바위 얼굴은 여전히 건재하다.
월출산은 다양한 탐방코스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월출산탐방안내소를 출발해 구름다리-천황봉-바람폭포를 돌아오는 천황지구 순환코스가 가장 사랑받는 코스다. 월출산 구름다리는 월출산의 명물로 매봉과 사자봉을 연결하는 다리다. 해발 605m, 수직 120m 높이에 설치돼 산악 지역 구름다리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구름다리 중간에서 길게 늘어선 다리를 배경으로 인증샷과 함께 추억을 남길 수 있다.
■하춘화의 일생, 가야금 산조의 전통까지
영암을 돌아다니면 '기(氣)'라는 단어를 유독 많이 볼 수 있다. '월출산 기찬랜드'는 천황봉 자락 맥반석에서 나오는 월출산의 기와 월출산 계곡을 흐르는 청정 자연수를 활용해 조성된 영암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다. 영암에서는 4월에 '왕인문화축제'가, 11월에 '월출산 국화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지난 10월 29일부터 11월 13일까지 기찬랜드에서 국화축제가 열렸다.
축제를 놓쳤더라도 기찬랜드 내에 있는 한국트로트가요센터, 가야금산조기념관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는 넘쳐난다.
대한민국 최초로 건립된 한국트로트가요센터는 국내 대중음악의 시초인 트로트의 역사와 발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영암의 대표가수 하춘화의 60년 가수 활동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하춘화의 아버지 하종오씨는 50년간의 자료를 영암군에 기증했다. 기념관 한 벽면에는 "1960년 부산 위문공연에서 만 5살 하춘화가 노래하는 것을 보고 한 언론매체 기자는 '재롱둥이 천재꼬마의 탄생'을 알렸다"고 쓰여 있다.
가야금 산조 테마 공원은 가야금 산조의 창시자인 악성 김창조 선생을 기리고 우리 전통 음악을 보전, 전수, 연주할 수 있는 공간이다. 1500년 가야금 역사의 시초 우륵에서부터, 시나위 가락에 판소리를 도입해 가야금 산조를 창시한 김창조 선생까지 다양한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월요일 휴무)는 무료 가야금 연주 공연도 펼쳐진다.
■고즈넉한 구림마을에서 즐기는 여유
분위기 있는 한옥 고택과 잔잔한 시냇물을 보며 산책하고, 하정웅미술관에서 미술품을 즐길 수 있는 '구림전통마을'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구림마을은 영산강 물줄기를 따라 바닷길이 열렸던 곳으로 고대 중국과 일본의 교역로로서 국제적인 선진문화가 꽃피웠던 마을이다.
400년 넘게 보존되고 있는 고색창연한 종택과 돌담으로 둘러싸인 고택, 울창한 솔숲의 아름다운 누각과 정자들로 가득하다. 마을 북쪽은 북송정, 동쪽은 동계, 남쪽 산 아래 지역은 고산 혹은 남송, 서쪽은 서호정이라 칭해진다.
구림마을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백제시대 유명한 학자로 당시 일본에 한문과 백제문화를 전한 왕인 박사가 있다. 왕인 박사는 배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 아스카문화의 초석을 다진 것으로 알려졌다. 구림마을 동쪽 문필봉 기슭에 왕인 박사의 발자취를 복원한 왕인박사유적지를 만나 볼 수 있다. 구림마을을 여유롭게 걷다 보면 영암도기박물관과 하정웅미술관이 눈에 들어온다. 1200년 전 통일신라시대에 한반도 최초로 유약을 칠한 도기가 이곳 구림마을에서 생산됐다. 유약을 칠한 도기는 물이 빠져나가지 않고 오래 보존할 수 있었다.
재일교포 하정웅씨(83)가 일본에서 사업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미술품을 수집한 뒤 영암군에 기증해 조성한 하정웅미술관도 서울 어느 미술관 못지 않은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무화과 막걸리, 닭육회, 한우초밥까지
영암을 여행하면 '미식'도 빼놓을 수 없다. 그중 영암 특산물인 무화과를 활용해 만든 '무화과 막걸리'는 소량만 생산하기 때문에 식당에 들어가면 일단 주문이 가능한지 먼저 물어보는게 좋다. 월출산 기찬랜드 내에 있는 식당에서 먹는 '한우초밥'도 놓치지 말자. 천년고찰 도갑사 일대에 있는 닭코스요리 전문점에서는 '닭육회' 등 별미부터 '닭볶음탕'과 '백숙'까지 코스별로 닭요리를 즐길 수 있다. 또 독천 낙지거리에서는 호롱 낙지와 갈낙탕을 비롯해 서해안 갯벌의 토속음식을 맛볼 수 있다.
hwle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