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왜 전교조 출신 교육감을 두 번이나 선택했나

      2022.12.09 15:34   수정 : 2022.12.09 15:3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지난 8일 갑자기 세상을 떠난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을 애도하는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울산시교육청 외솔회의실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9일 오전 9시부터 시교육청 직원부터 일반 시민, 학부모, 퇴직 교사 등이 찾아와 추모했다.

노옥희 교육감 시민사회장 장례위원회에서도 울산 롯데호텔 앞과 울산동구청 1층 로비에 시민분향소를 설치했다.



전날에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두겸 울산시장, 울산시의회, 각 정당과 교육, 노동계, 사회단체 곳곳에서 노 교육감을 애도를 표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빈소를 직접 찾아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노 교육감은 정말 치열한 교육감이셨다"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울산시티병원 VIP실에 마련된 빈소와 분향소 뿐만 아니라 노 교육감의 SNS에는 노 교육감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추모글이 이어졌다.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은 울산 교육계 첫 여성 교육감이자 전교조 지부장 출신이라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재선에 성공한 진보 진영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1979년 울산 현대공고에서 첫 교편을 잡았다. 이후 1986년 한국YMCA 중등교육자협의회 명의로 발표된 교육민주화선언에 참여했고 이를 이유로 해직됐다.

이를 계기로 전교조 울산지부 1·2대 지부장을 지낸 그는 해직 13년 만인 1999년 울산 명덕여중 교사로 복직했다.

이후 울산시 교육위원 출마를 위해 2002년 퇴직했고, 그해 교육위원으로 선출돼 2006년까지 역임했다.

이를 토대로 학교급식 울산연대 집행위원장, 장애인교육권연대 자문위원 등 교육·인권운동 등에 매진하며 정치에도 뛰어들었다.

2006년과 2010년 지방선거에서 각각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울산시장 후보로, 2008년 총선에서 진보신당 동구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오랜 낙선 끝에도 포기하지 않고 결국 지난 2018년 울산시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됐다.

울산 교육계는 앞서 20년간 보수 진영 교육감들이 집권했지만 선거법 위반과 부정청탁 등으로 처벌을 받고 중도하차하는 등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았다.

노 교육감은 이와 달리 초선 임기 동안 전국 최하위권이었던 청렴도와 교육복지를 전국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 받는다.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강력한 부패·비리 근절책을 도입하고, 고교 전면 무상 급식, 신입생 교복비 지원, 초등학교 입학준비금 지원 등 교육 복지를 확대했다.


여론조사 결과 초기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상위권으로 이동하면서 지역사회로부터 능력을 인정 받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올해 6월 실시된 6.1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보수,진보 맞대결로 치러졌지만 승리했다.

교육감 당선 이후 임기 동안 아이들이 배움에서 소외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신념을 실천해온 노 교육감은 재선 후에도 기조를 유지하며 학생 복지 향상을 위한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전교조 울산지부는 애도 성명을 통해 "노 교육감 아래에서 부패로 얼룩졌던 울산교육청은 청렴도 회복뿐만 아니라 전국의 교육혁신을 주도하는 교육청으로 거듭났다"라며 "노 교육감이 생전에 이루고자 했던 유·초·중고 무상교육을 실현하고 이를 넘어 대학교육의 평준화와 서열을 없애는 거대한 진보교육의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발인은 12일 오전 8시 30분이다. 영결식은 같은 날 오전 10시 울산시교육청에서 진행한다.
장지는 경남 양산 솥발산 공원묘지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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