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당선 '용산시대'…158명 쓰러진 '이태원 참사'
2022.12.12 07:19
수정 : 2022.12.12 08:55기사원문
[편집자주]2022년 한 해도 우리국민은 대한민국을 흔드는 각종 이슈에 웃고 울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며 '용산 시대'의 문을 열었다. 취임 한 달 만에 치른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17개 광역단체장 중 12곳을 휩쓸며 지방권력의 변화를 가져왔다. K콘텐츠가 칸 국제영화제,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 이어 에미상까지 휩쓸며 전 세계인이 한국 문화에 흠뻑 빠져들었다. 산업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년 만에 회장에 등극하며 '뉴삼성' 시대의 닻을 올렸다.
우울했던 소식도 있었다. 이태원 참사로 158명의 가족·이웃을 가슴에 묻어야 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300명이 넘는 압사 사상자가 나온 전대미문의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북한은 ICBM 등 각종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긴장의 수위를 한층 높였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을 재수사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근을 줄줄이 구속, 그 창끝을 이 대표에게 겨눴다. 연말에 이르면서 카타르에서 쾌보가 날라들었다. 한국 축구가 카타르 월드컵에서 12년 만에 16강에 진출하는 '승전보'를 전했다. 다사다난했던 2022년 한 해를 10대 뉴스로 정리해본다.
◇ 윤석열 대통령 취임…막 오른 '용산 시대'
윤석열 대통령이 5월10일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윤 대통령은 3월9일 실시된 대통령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0.72%p 차이로 승리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제왕적 권위주의를 상징해온 청와대를 떠나겠다고 약속했던 윤 대통령은 용산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 '용산 시대'의 문을 열었다.
소통을 강조하며 맞이한 용산 시대의 상징은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이었다. 정제되지 않은 답변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각종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것은 신선한 변화였다. 하지만 도어스테핑은 11월18일 MBC 기자와 대통령실 비서관 사이 설전이 벌어진 뒤 중단된 후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실시됐던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17개 광역단체장 중 12곳을 휩쓸었다. 국회가 여소야대인 상황, 대선에서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던 윤 대통령에게 지방선거 압승은 힘이 됐다.
◇ 다시는 없어야 할 이태원 참사, 158명 떠나보냈다
서울 한복판에서 300명이 넘는 압사 사상자가 나온 전대미문의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다.
핼러윈 축제를 즐기러 이태원 일대에 모인 인파는 10월29일 밤 10시쯤 절정을 이뤘다. 특히 번화가와 대로변을 잇는 이태원역 인근 해밀톤호텔 옆 폭 4m 골목길엔 움직이기 어려울 만큼 인파가 몰렸다. 밤 10시15분쯤 이 경사로에서 일부가 넘어졌고, 인파가 도미노처럼 쓰러지며 뒤엉켰다.
경찰과 소방이 체계적인 대응에 실패하면서 구조작업이 지연됐고 압사로 인해 158명이 사망하고, 196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로 번졌다.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건 502명이 사망했던 1995년 삼풍백화점 사고 이후 처음이다. 단일사고 인명피해로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최대였다.
참사 4시간 전부터 압사를 언급하는 다수의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태원에 10만명이 넘게 모일 것으로 예견하고도 배치된 경찰력은 137명에 불과했다.
참사 5일 만에 경찰청은 특별수사본부(특수본)를 구성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나섰다. 9일 기준 경찰과 소방, 구청 관계자 21명을 입건했지만, 주요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가 기각되고, 서울시나 행정안전부에 대한 수사가 미진해 비판받는 상황이다.
◇ ICBM 발사 재개에 7차 핵실험 준비까지… 北 잇단 무력도발
북한은 올해 한국전쟁(6·25전쟁) 정전 이후 가장 높은 빈도의 무력도발을 벌이며 한반도 긴장 수위를 높였다. 지난 2017년 11월 이후 중단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도 재개했다.
북한은 올 1월 이후 각종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방사포(다연장로켓포) 등을 최소 39회에 걸쳐 쐈다. 1년 365일을 기준으로 봤을 때 약 9일에 한 번꼴로 도발을 벌인 셈이다.
이 가운데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탄도미사일 발사는 총 31차례 63발로 파악된다. '중대 도발'에 해당하는 ICBM 발사는 개발시험과 실패 사례를 포함해 총 8회 실시했고, 11월18일엔 미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를 가진 신형 ICBM '화성-17형'의 '최종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우리 군의 '3축 체계'를 흔들기 위한 시도도 계속됐다.
북한 발표에 따르면 올 1월11일 시험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약 1000㎞를 날면서 240㎞나 선회 기동했다. 우리 군 당국은 이 미사일의 최고 속도를 마하10(초속 약 3.4㎞) 수준으로 탐지했다.
북한이 9월25일 평안북도 태천 저수지 수중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동해상으로 발사했을 때 우리 군 당국은 지상에서 발사한 것으로 '오판'하기도 했다.
북한은 현재 제7차 핵실험에 필요한 준비도 완료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아직 실행에 옮기진 않은 상태다.
◇ 인플레이션發 금리인상 '후폭풍'… 주가도 집값도 '추풍낙엽'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이로 인한 글로벌 금리인상은 주식시장의 투자심리를 꽁꽁 얼렸다. 올초 1.00%였던 한은 기준금리는 연말 3.25%에 이르렀다. 새해 2988.32로 출발했던 코스피는 9월 말엔 2155.49로 27.9%나 급락했다. '개미'들은 "바닥인 줄 알았더니 지하실이 있었다"며 좌절했다. 연말이 되면서 금리인상 속도조절 기대감이 나오고 달러 강세가 주춤하자 외국인의 순매수가 유입되면서 지수는 2400선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
올 한해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를 17조8761억원(8일 기준)이나 사들이며 여전한 '동학개미'의 면모를 보였다.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12조5357억원, 6조5368억원을 팔아치운 것과는 대비된다.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다. 15조859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삼성전자를 각각 8조2375억원, 8조503원어치 패대기쳤다.
기준금리의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속도는 대출심리를 냉각시키며 부동산시장에 흐르던 유동성을 빠르게 회수했다. 지난해 수십억원대를 호가하던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값은 대출에 기댄 실수요층이 빠르게 증발하면서 호가만 유지하다 하반기 들어 수억원대 하락세를 보인다. 집값불패로 불렸던 강남권도 낙폭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세종, 동탄 등 상승폭이 컸던 지역은 매수자를 찾기 힘든 상황이 됐다. 주간 집값 하락폭과 주택매수심리가 매주 최대치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정부도 서둘러 연착륙 대책에 힘을 쏟고 있는 형국이다.
◇ 오미크론 태풍에 누적 확진 3000만명 육박…'일상회복' 첫해
올해도 내내 코로나19와의 힘겨운 싸움이 3년째 이어졌다. 놀라운 전파 속도의 새로운 오미크론 변이는 하루 최대 62만명(3월)의 확진자를 내는 대유행을 거쳐 여름 재유행(최대 18만명)에 이어 지금 겨울 재유행(최대 7만명)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 누적 63만명에 불과했던 확진자는 12월 10일 0시 현재 2767만명으로 2700만명 넘게 폭증했고, 올해 말이면 누적 3000만명에 다가설 전망이다. 지난해 말 5500여명이던 누적 사망자도 지난 11월 3만명을 돌파했다.
오미크론에 맞선 백신과 치료제의 응전 덕분에 전황이 다소 나아진 것은 희망적이었다. 성능을 개량한 2가 백신 개발과 먹는 치료제 처방 확대 등에 힘입어 누적 치명률은 지난해 말 0.88%에서 현재 0.11%까지 1년만에 8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전 변이에 비해 오미크론의 증상과 중증화율이 약해진 것도 다행이었다.
국민들도 차츰 일상을 되찾기 시작했다. 사적모임의 인원과 시간을 제한하던 거리두기는 4월 해제됐고, 5월과 9월에 걸쳐 실외마스크 의무도 폐지됐다. 입국자 격리(3월), 입국 전 음성확인서(9월), 입국 후 PCR 검사(10월) 등도 순차적으로 사라져 사실상 모든 출입국 빗장이 풀렸다. 이제 남은 방역수칙은 '확진자 7일 격리'와 '실내마스크 의무'뿐이다. 실내마스크도 이르면 내년 1월 일부 고위험시설을 제외하고 자율 조치로 변경될 전망이다.
◇ 속속 드러나는 '대장동·위례 개발 의혹' 실체…이재명의 위기
검찰은 윤석열정부 출범과 함께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전면 재수사에 돌입했다. 위례 사업 인·허가 과정 전반까지 수사범위를 확장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정조준하고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가 연일 폭로전에 나서며 수사는 새국면에 들어섰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잇따라 구속해 재판에 넘긴 검찰의 시선은 이 대표를 향해 있다. 두 최측근의 협조 가능성이 낮은 만큼 혐의를 입증할 물증 확보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자금 용처 규명 여부에 따라선 대선자금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 실장과 이 대표를 '정치적 동지'로 규정한 검찰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도 투트랙으로 진행 중이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정 실장과 이 대표를 공모관계로 특정한 상태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맞닿아 있는 쌍방울그룹 비리 수사 역시 이 대표까지 수사가 확장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대표와 야당은 '정치보복'이라며 제기된 의혹 일체를 부인하지만 검찰의 강제 수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취임…초격차기술 등 '뉴삼성' 속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시대'가 올해 10월 27일 막을 올렸다. 지난 2012년 부회장에 오른 지 10년 만이다. 그동안 이 회장은 2014년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실질적으로 삼성을 이끌어 왔지만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관련 구속과 재판 문제 등으로 회장 취임을 미뤄왔다.
그러다가 올해 '8.15 특별사면'에서 복권돼 취업 제한 족쇄가 풀리면서 본격적인 경영 행보에 나섰다. 전세계 유력 경제인과 정치인으로 구성된 'JY 네트워크' 재건은 물론 각 계열사 주요 사업장을 돌며 임직원들과 시간을 보냈다. 추석 연휴 기간에는 멕시코와 파나마, 영국 등을 찾아 해외 사업장을 점검하고 임직원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재용 회장의 취임으로 △초격차 기술 △인재 양성 △유연한 조직문화를 골자로 한 '뉴삼성' 구축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 이건희 회장이 1993년 '신경영'을 통해 일하는 방식을 대폭 바꿨다면 이재용 회장은 실용주의를 앞세운 '뉴삼성'을 주도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10월 25일 사장단 간담회에서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라며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고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 낸다"고 강조했다.
◇ 우리 힘으로 우주의 문 열었다…'누리호' 발사 성공
6월21일 전라남도 고흥은 한반도의 끝이 아니라 한국이 우주로 나아가는 시작점이 됐다. 우리 나라가 독자 개발한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가 두번째 시도에서 임무를 완성하는 쾌거를 거둔 것.
누리호는 지난해 1차 발사에서는 엔진이 46초 일찍 작동이 멈추며 최종 임무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2차 발사에서는 고도 700㎞ 목표 궤도에 인공위성을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누리호의 성공으로 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1톤 이상의 실용 위성을 자력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우주 선진국' 대열에 올랐다. 누리호는 앞으로 반복 발사를 통해 안정적 임무 수행 능력을 검증 받는다.
또 8월에는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가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돼 한국 첫 우주 탐사가 시작됐다. 다누리는 우주 비행과정에서 BTS의 '다이너마이트'를 지구로 스트리밍하는 우주 인터넷 기술에 성공하기도 했다. 다누리는 12월 달에 도착해 2023년 달 관측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같은 2022년 우주 분야의 성공을 '우주 경제·산업화'로 이어 나가기 위해 △항공우주청 설립 △3개 우주 클러스터 구축 △2045년 화성 착륙 사업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칠 예정이다.
◇ K콘텐츠, 또 새 역사 썼다...'오징어 게임', 미국 에미상까지 접수
K콘텐츠가 칸 국제영화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이어 에미상까지 거머쥐었다.
넷플리스의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지난 9월12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주요 부문인 감독상(황동혁)과 남우주연상(이정재)을 수상했다. 이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 및 비영어권 콘텐츠 최초의 기록이다. '오징어 게임'은 프라임타임 에미상에 앞서 펼쳐진 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상에서도 여우 게스트상(이유미)과 스턴트 퍼포먼스상 등을 받아 올해 에미상에서 총 6관왕을 차지하는 저력을 보였다.
'기생충' 및 방탄소년단 등에 이은 떠 하나의 히트 K콘텐츠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6관왕에 영국 유력 매체 가디언은 '놀라운 소식'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오징어 게임'은 지난 2021년 9월 공개된 이후 국내를 넘어 전세계를 무대로 매일 신기록을 써내려갔다. 국적을 가리지 않는 소재와 이야기에 해외 시청자들도 열광했고, 공개 2주 만에 넷플릭스가 정식 서비스되는 모든 국가에서 1위를 기록했다.
◇ 한국 축구,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12년 만의 쾌거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도하의 기적'을 쓰며 16강에 진출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달성한 쾌거다.
대회의 막이 오를 때까지만 해도 전망은 어두웠다. 무엇보다 벤투 감독이 준비한 '빌드업 축구'가 월드컵 무대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 시선이 많았다. 심지어 전력의 핵심인 손흥민이 안와골절 부상을 입어 수술까지 받았으니 전체적인 분위기는 암울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과 태극전사는 우루과이와의 1차전에서 자신들이 준비한 축구를 펼치면서 0-0 무승부를 기록, 우려를 걷어내고 희망을 쐈다. 이어진 가나와의 2차전에서는 2-3으로 아쉽게 패했지만, 0-2 불리한 상황에서도 조규성이 머리로 2골을 넣어 따라잡는 등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분위기를 유지했다. 백미는 최종 3차전이었다.
한국은 벤투 감독의 퇴장, 수비 기둥 김민재의 부상 이탈 등 여러 악재 속에서 H조 최강 포르투갈을 상대로 후반 46분 손흥민의 폭풍 드리블에 이은 패스를 받은 황희찬이 결승골을 넣어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그리고 같은 시간 펼쳐진 우루과이-가나의 경기를 가슴 조리며 지켜본 끝에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비록 16강에서 최강 브라질에 1-4로 패하며 도전에 마침표가 찍혔지만 벤투호는 기대 이상의 경기력과 결과를 만들며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큰 울림과 함께, 두고두고 회자될 아름다운 페이지가 작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