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족, "충실하고 성역없는 국정조사 촉구"
2022.12.13 14:26
수정 : 2022.12.13 14:2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가족들이 정상적인 국정조사 진행과 성역없는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충실하고 성역없는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침울한 표정의 유가족들은 정의당 진선미 의원, 장혜영 의원,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과 함께 강단에 섰다.
앞서 국회는 지난달 24일 여야합의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45일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 11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이태원 참사 국조특위 소속 여당 위원이 전원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구체적인 국정조사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故이지한씨의 아버지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는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의 조속한 시행 요구한다"며 발언에 나섰다. 이 대표는 "국민의 이름으로 사퇴한 국민의힘 소속 국정조사 위원들의 조속한 복귀를 명령한다"며 "국정조사는 책임자만 가리는게 아니라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밝히고 참사 이후 희생자 유가족에 대한 2차가해를 막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대책을 세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이크 앞에 선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내 딸은 내년 결혼을 앞둔 꽃다운 20대 아가씨였다"며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 이 아이가 얼마나 원통하고 억울할지 저는 부모로서 가늠할 수가 없다"고 흐느꼈다.
이 부대표는 유가족협의회의 출범을 '정쟁'으로 정의한 정치권 인사들에게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0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선 안된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도움이 절실하고 힘도 없는 유가족들을 반정부세력처럼 몰고 있다"며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유가족끼리 상처를 보듬고 온전한 추모를 할 수 있게 해달라"며 호소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공식적으로 국민의 힘 의원들에게 면담 요청을 할 예정이다. 이 부대표는 "(국민의힘에) 공문을 발송할테니 최근 발언들이 공식 입장이라면 그 입장을 우리 유가족들에게 직접 전달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시민대책회의는 국정조사를 통해 △국가가 압사 등의 안전사고에 대비했는지 △참사 당일 접수된 신고를 '심각한 위험'으로 인지하지 않은 원인이 무엇인지 △신속한 구조를 위한 재난대응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했는지 △왜 피해자와 유가족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았는지 등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나고 故이지한씨의 어머니 조미은씨는 "제발 명확하게 수사를 해달라"며 기자회견장을 떠나지 못했다. 한참 흐느끼던 그는 "새끼 잃은 어미의 절규를 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한편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오는 16일 참사 49재를 맞아 6호선 이태원역 3번 출구에서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추모제를 연다고 밝혔다. 이날 추모제는 공개를 원하는 희생자들의 사진과 실명이 있는 분향소를 설치하고 진행될 예정이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