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밤에 분리수거 하다 아파트 올려다 보니 이웃집에 불이.. 화재막은 부부 소방관
2022.12.14 04:24
수정 : 2022.12.14 15:47기사원문
11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서울 송파소방서 구조대 소속 이상윤(36) 소방교는 지난 6일 0시 20분께 자택인 경기도 하남시 한 아파트에서 분리수거를 하다 우연히 한 집에서 희미한 불꽃과 함께 피어오르는 연기를 발견했다.
화재를 직감한 이 소방교는 119에 신고하고 관리사무소에 대피방송을 요청한 뒤 뛰어올랐다.
연기가 나온 것으로 추측되는 16층에 도착해 문을 두드렸지만 집 주인은 "여기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자신의 집에서 불이난 줄도 몰랐던 것이다.
이 소방교가 보기에도 집안 내부엔 특이사항이 없었으나 화재 진압 경험상 안방 베란다 안쪽서 불이 났을 가능성을 의심했다. 그는 집주인에 안방 베란다와 방화문 건너편을 살펴봐달라고 당부한 뒤 17층과 18층으로 올라갔다. 불길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윗세대에 신속히 알려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면서 집에 있던 아내 정소리(32) 씨에게 연락해 밖으로 나가 불이 난 위치를 재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소방교의 아내 역시 소방관으로 송파소방서 현장대응단 소속 소방교다.
이 소방교가 17, 18층 세대를 다 대피시키고 나서야 아파트 내부 비상벨이 울렸고 그는 16층으로 돌아갔다. 16층은 이미 안방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아수라장이었다.
이 소방교는 소화전으로 불이 커지는 것을 막으면서 집주인을 대피시켰고 소방서와 재차 통화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렸다. 금세 도착한 하남소방서와 함께 현장을 정리했다.
이 소방교가 16층에서 고군분투하는 동안 정 소방교 역시 주민들이 빨리 대피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소방교는 "불이 났다고 느껴지자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몸이 움직였다"며 "그 상황을 목격한 소방관이라면 다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