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은행업무 척척… 생활서비스플랫폼 진화한 편의점

      2022.12.14 19:07   수정 : 2022.12.14 19:07기사원문
'오프라인 유통은 끝났다'는 경고 속에서도 편의점 산업은 유독 잘 나간다.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도시락, 삼각김밥 등 간편식 판매는 오히려 늘었다. 홈술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주류 매출도 뛰었다.

지난해 매출액은 대형마트보다 높게 집계됐다. GS25, CU, 이마트24,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4사는 전용 앱을 개발해 온오프라인을 연계했다.
'편의점 5만개, 이미 포화'라는 일각의 우려에도 매장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편의점 프랜차이즈 산업의 34년의 역사를 살펴본다.


■1989~2000년: 체인형 편의점의 시작

1989년 5월 한국에 체인화편의점(CVS) 1호점이 문을 열었다. 보광, 태인 등 국내 주요 유통기업들은 세븐일레븐, 로손, 훼미리마트, 미니스톱 등 미국 편의점 브랜드의 운영시스템을 도입해 개점을 시작했다. 편의점은 첫 개점 4년만인 1993년 4월 1000호점을 돌파했다. 대만의 경우 1979년 도입 후 12년, 일본의 경우 1969년 도입 후 6년이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빠른 속도였다. 편의점 전체 매출액은 5000억원을 넘겼고 점포 증가율은 88.4%를 기록했다. 수도권·영남 위주였던 업체간 경쟁이 충청·강원·호남 등으로 확장됐다.

1994년 9월 롯데백화점은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던 코리아세븐을 인수해 롯데마트와 통합 운영했다. 규모의 가파른 증대는 성장통을 불러왔다. 관련 법규와 제도의 미비로 상품의 유통구조가 낙후·왜곡된 상황에서 선진국 방식의 운영방식을 현지화 없이 도입한 결과였다. 가맹점주와 가맹본부간 분규가 심화되면서 일부 점주들은 이탈했다. 한국편의점협회는 업체간 과당경쟁 방지를 위해 근접거리(80m) 출점자제 자율규약을 맺는 등 대안 찾기에 나섰다.

1997년 시장 규모는 1조원을 넘겼다. 2000호점을 개점한 가맹사업자들은 외국 체인사업자의 운영시스템 도입 과정에서 발생한 시행착오들을 정정하고 질적 성장 방안을 모색했다. 1999년 IMF의 여파로 처음으로 시장 규모가 4.6% 줄었다. 고금리에 소비 위축이 겹치면서 점포 개설과 매출 모두 줄었다.

1999년 업계는 △점포 재단장 △전산시스템 보강 △공공요금 수납 및 현금자동인출기(ATM) 설치 등 생활서비스 취급으로 상품만을 판매하는 단순한 소매점의 틀을 벗어나는 방식으로 위기를 넘어섰다. 이 시기 편의점은 소비자 일상과 친숙한 업태로 기능적인 변신이 시작됐다. 또 자체상표(PB) 상품군을 확대해 유통 마진을 줄이는 등 팽창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불황의 끝자락이었던 2000년 신규 개설된 점포수는 전년 대비 20.8%, 매출액 22.9%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국내 편의점 업계가 고도성장을 구현하기 위한 출발점이 됐다.

■2001~2010년: 세븐일레븐·CU·GS25 빅3 체제 구축

2001년 신규 출점수는 1000개를 넘어섰고 전체 편의점 수는 3000개를 넘겼다. 점포수는 36.9%, 매출액은 45.8% 신장하며 국내 유통업태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이후 국내 편의점 산업은 고도성장했다. 2002년 신규 출점수는 1983개로 연간 최다 개설 신기록을 세웠고, 전년 대비 점포수는 46.8%, 매출액은 41.1% 성장했다.

서울시내 지하철과 공항 철도 역사는 물론 불모지였던 울릉도와 백령도까지 편의점이 들어섰다. 점포수가 빠르게 늘자, 한 점포당 배후 인구수는 2008년 4000명 이하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이 시기를 CVS산업의 성숙기로 보고 있다. 롯데는 바이더웨이의 1500여개에 이르는 점포를 인수해 세븐일레븐과 통합, 운영했다. 훼미리마트·GS25와 함께 이른바 '빅3' 체제가 시작됐다. 3사는 시장점유율 경쟁 속 산업 완숙기에도 2010년 신규 출점수 규모가 사상 최대인 3687개를 기록했다. 당시 3년 연속 새로운 출점 기록을 갱신하면서 전년 대비 47.2% 증가했다. "자고 일어났더니 집 앞에 편의점이 생겼다"는 말이 회자됐다.

■2011~2022년: 갑질논란, 주휴수당, 수익률 제고

빅3의 경쟁은 연 매출액 10조 시대를 열었다. 2013년 편의점을 비롯한 프랜차이즈 산업 전반에 걸친 정부의 가맹점 출점 규제와 가맹 본사와 가맹점주 '갑질 논란'이 일자 신규 가맹점 출점은 300개, 매출액은 9.1% 증가에 머물렀다. 갑질 논란은 가맹점주간 협단체 구성 및 제도 정비로 이어졌다.

2016년 총 점포수는 3만개, 매출액은 20조를 넘겼지만 CVS 1개당 인구수는 150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8년 급격히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가맹점주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됐다. 가맹본부도 상생을 내걸고 각종 비용을 가맹점에 지원하면서 영업이익이 떨어졌다. 가맹본부들은 브랜드간 근접 출점을 자제하는 자율 규약을 맺었다. 과당경쟁으로 인한 출혈이 줄었다.

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으로 편의점업계 매출액은 외환위기를 겪었던 지난 1998년 이후 23년만에 1.4% 떨어졌다.

■'간이 은행', '미니 약국' 생활서비스 플랫폼으로 진화 중

2019년 4488개 수준이었던 이마트24도 2022년 9월 기준 6289곳에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 편의점 4사의 전체 점포수는 5만700여개로 집계됐다. 편의점 빅3의 매출은 대형마트 3사 매출을 앞섰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주요 유통업체 매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매출은 전체 유통업체 매출 가운데 15.9%로 대형마트(15.7%)보다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가 급속도로 늘어나자 접근성과 편의성이 높은 편의점 업태가 빠르게 성장했고 더 성장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식음료 소매점에서 금융, 택배, 의약품 판매 등 생활서비스 플랫폼으로 위상을 전환한 것도 유효했다.
주요 생활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 편의점은 '간이 약국'이고, '간이 은행'이다. 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편의점 이뤄지는 주요 생활서비스의 월별 건수는 △공과금 및 세금수납 79만2005회 △ATM 이용 756만5796회 △택배 303만2642회 등이다.


이용희 GS25 매니저는 "편의점은 최근 소비 트렌드와 첨단 기술이 접목된 플래그십스토어를 선보이며 다양한 고객 니즈와 기술적인 솔루션을 도출하고 있다"며 "고객에게 더욱 편리하면서도 효율적인 쇼핑 공간을 마련하고 재미난 경험과 가치 또한 전달하는 테크놀로지 편의점을 지속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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