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속도 조절에도… 韓기업 '돈맥경화' 우려

      2022.12.15 10:41   수정 : 2022.12.15 13:0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단행하며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나섰지만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기업들의 시름은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각 국가들의 경쟁적 금리인상에 따라 자금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기업 대출금리가 10년 내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은행 문을 두드리는 기업들도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미국 연준은 15일 올해 마지막 회의에서 예상대로 0.5%p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며 앞서 4번의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 인상) 시대를 마감한 것이다.


하지만 악화된 시장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업들의 대출금리는 올해 들어 계속 오르며 지난 10월 기준 5.27%를 기록했다. 유럽 재정위기였던 2012년 9월(5.3%)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계에선 미 연준의 빅스텝으로 한국은행은 베이비스텝(0.25%p 인상)의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적은 폭이긴 하지만, 기업들의 대출 부담이 확대되는 건 불가피하다.

더욱이 11월 금융권 가계 대출은 전월 대비 3조2000억원 줄어든 반면, 기업대출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한은의 11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기업 대출은 전달보다 10조5000억원 늘어난 1179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1월 기준 통계 속보치 작성(2009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각국의 자금시장 경색으로 회사채 등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은행을 찾는 기업들이 늘어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은 중소법인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지속하고, 대기업 대출은 운전자금 수요와 회사채 시장 위축에 따른 대출 활용 지속 등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자금 조달 상황이 단기간 내 개선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5일 국내 매출 1000대 기업 중 제조업을 영위하는 수출기업 100개사를 대상으로 자금조달 사정 인식조사를 한 결과,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55%)가 자금조달에 가장 부정적 요인으로 '은행 대출금리 상승'을 지목했다. 급격한 금리상승이 기업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걸 보여준다.


재계 관계자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시장의 예상대로 빅스탭으로 나타나며 국내 기업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내년까지 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기업 대출이 늘고 있어 정책적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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