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경제성장 기대… 서학개미 짐 싸 들고 베트남으로

      2022.12.15 18:18   수정 : 2022.12.15 18:18기사원문
올해 4·4분기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한 아시아 주식시장은 베트남으로 집계됐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순매수다. 베트남 경제성장 기대감과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늘고 있는 점이 투자심리를 잡은 요인으로 꼽힌다.

성장성에 비해 주식이 저평가됐다는 인식도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15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10월 이후(지난 14일 기준) 베트남 주식을 1514만달러(약 19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홍콩(-8398만달러), 인도네시아(-5677만달러), 상하이홍콩증시연계(-1194만달러), 선전홍콩증시연계(-540만달러), 일본(-983만달러) 등에서 순매도가 쏟아진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독일(597만달러), 영국(257만달러) 등 유럽 주요국까지 제치며 미국(7억4744만달러)에 이은 2위에 올랐다.

베트남 주식이 저평가돼 있다는 시각이 일반적인 만큼 주가 상승 가능성을 점치는 수요가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8배 수준으로 인도, 태국 등을 한참 밑돌고 있다. 잠재성장률도 높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베트남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7%, 6.2%로 추정했다.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다. 세계적으로도 최상위권이다. 올해 내내 이어진 금리인상과 내년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나온 수치여서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FDI가 확대되고 있는 점도 증시를 띄우는 요소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올해 11월 베트남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액은 6억8200만달러에 달한다. 동화(VND) 기준으로 따지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월간 순매수 규모다. 약세장에서도 외국인이 하단을 받쳐주는 주체로서 역할을 한 셈이다.

이달 4~6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주석의 방한도 호재로 작용했다. 국내 투자자의 베트남 친숙도를 높이는 동시에 향후 실질적 경제협력이 약속됐기 때문이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교역액 1000억달러 가능성이 언급됐고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 확대 관련 대화가 오갔다"며 "첨단산업 필수소재인 희토류 공급망 강화로 이어질 지도 관전 포인트"라고 짚었다.

현지 업체 및 증권사 등을 거쳐 매매해야 하는 부동산, 채권과 달리 주식은 국내 증권사를 통해 직접 투자할 수 있는 만큼 접근성도 높다. 직접투자가 부담스럽다면 국내 펀드를 이용한 간접투자도 가능하다.

국내에 설정된 21개 베트남 펀드는 최근 한 달간 14% 넘는 수익률을 달성하며 약 170억원을 끌어모았다. 상장지수펀드(ETF) ACE 베트남VN30(합성)과 ACE 베트남 VN30선물블룸버그레버리지(H)에는 각각 35억8722만원, 4억3250만원 개인 순매수가 들어왔다.

김찬영 한국투자신탁운용 디지털ETF마케팅본부장은 "지난달 VN지수가 1월 고점 대비 40% 넘게 하락한 만큼 가격 매력이 부각되면서 외국인 매수가 집중됐다"며 "내년 글로벌 수요 위축, 경기 침체 등이 예상되지만 베트남은 내수 성장과 FDI 유입 정도가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고 남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투자 유의점도 있다. 베트남 증시 전체 시가총액이 300조원 수준으로 삼성전자(360조원) 단일 종목보다 작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아 자금이 대량 유출입될 경우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중·단기보다는 장기투자가 적합한 이유이기도 하다.

또 베트남 투자는 원화→달러→동화의 두 단계 환전을 거쳐 이뤄지기 때문에 환율도 신경 써야 한다.
특히 지금과 같이 환율이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환차손 발생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