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기억해 주세요"... 이태원참사 유가족, 한파 속 시민추모제 열어
2022.12.16 20:33
수정 : 2022.12.16 20:5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
이태원참사 49재를 맞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유가족과 시민들이 모여 희생자들의 실명을 부르며 넋을 기리는 행사를 열었다.
16일 오후 6시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무대를 설치하고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시민추모제를 개최했다.
무대 설치 및 공간 확보를 위해 이태원역부터 녹사평역 인근까지 4차선 도로 약 400m가 통제됐다.
이날 행사에는 300여명의 유가족이 참여했다. 빨간 목도리를 두르고 의자에 앉은 유가족들은 행사 시작 전부터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파에 유가족들은 패딩을 입고 목도리를 둘렀다.
시민들 역시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에 앉았다. 뒤늦게 지나가던 시민들이 합류하며 인파는 점점 불어갔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대표발언을 통해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이 가장 안전한 곳에서 환생하기를 빌며 오늘만큼은 최대한 경건하게 가장 소중한 마음을 담아 두 손을 모아본다"며 "우리를 잊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이어 오후 6시 34분이 되자 이들은 최초 신고 시각인 6시 34분에 맞춰 추모의 의미로 조명을 끄고 묵념했다. 길을 가던 시민들도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1~2분 간의 침묵이 끝나고 참가자들은 사회를 맡은 김혜진 생명안전 시민넷 공동대표의 선창에 맞춰 "대통령은 사과하라", "진실을 규명하라"고 외쳤다.
오후 6시 40분께부터 오후 7시까지 희생자들의 이름과 사진이 담긴 동영상이 재생됐다. 김 대표는 희생자 한 명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기억하겠습니다"라고 되뇌었다.
추모를 위해 무대에 나온 고 이지한씨의 대학교 동문 김모씨는 "너를 편하게 안아주고 싶고, 잊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며 조의를 표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종기 세월호참사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세월호 때와 이태원참사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며 "잘못을 했으면 사과하고, 국가가 성역 없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후 재발방지대책을 시행하라"고 주장했다.
행사 막바지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무대로 나와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유가족들은 편지를 읽으며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 모습에 시민들은 "힘내세요!" 라며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한편 주최 측은 오는 12월 30일 이태원에서 2차 시민추모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