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 능력' 보유 선언 日, 전쟁 가능 국가되나

[파이낸셜뉴스] 일본 정부가 적 미사일 기지 등을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 보유를 결정했다. 이로써 태평양전쟁 이후 평화주의를 견지해온 일본의 안보 정책이 변환점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일본 정부는 이날 오후 진행된 임시 각의(국무회의)에서 반격 능력 보유를 포함해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각의 후 기자회견에서 국제 안보 환경 악화를 언급하며 "역사의 전환기에 국가와 국민을 지켜내는 총리로서의 사명을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개정된 안보 문서는 △외교 및 안보 기본 지침인 '국가안전보장전략' △자위대 역할과 방위력 건설 방향이 담긴 '국가방위전략' △구체적인 방위 장비의 조달 방침 등을 정리한 '방위력정비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10년 만에 개정한 '국가안전보장전략'에서 주변국에 대한 미사일 위협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이 위협에 대해 기존 미사일 방어망만으로 완전히 대응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억지력 차원에서 반격 능력 보유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무력 공격이 발생하지 않은 단계에서 선제공격은 허용되지 않고, 미국과 협력해 대처한다는 문구도 포함됐다.

반격 능력을 갖추기 위해선 원거리 타격무기 보유도 필요하다. 이에 일본 정부는 사거리 1250㎞ 이상인 미국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도입한다고 개정 '방위력정비계획'을 통해 전했다.

또한 일본 정부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 방위비를 2027년도에는 관련 예산을 포함해 GDP의 2% 수준으로 늘릴 전망이다. 아울러 오는 2023년도부터 5년 간 방위력 정비 비용을 43조엔(약 410조 원) 정도로 한다고 방위력정비계획에 명시했다.

'국가방위전략'에선 방위력 강화의 배경으로 △중국의 군비 확장 및 대만 주변에서의 군사 활동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능력 고도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과의 군사 협력 강화 등 주변 안보 환경의 악화를 지목했다.

한편 그동안 일본은 유엔이 인정하는 자위권 차원에서 반격 능력을 보유할 수 있지만, 정책적 판단으로 보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주창해왔다. 일본이 공격을 받으면 타격 능력을 갖춘 미군이 보복하는 개념이었다.

이번 개정에 따라 미일 동맹의 역할 구분에 조정이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e-mail] 임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