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애보트도 분유사업 탈중국, 中밀어주기에 지쳤다.

      2022.12.18 10:29   수정 : 2022.12.18 10:29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글로벌 의료 전문 기업 ‘애보트 래보라토리’가 영유아·어린이 영양제품 사업 부문을 중국에서 철수시킨다. 중국 본토 땅에 들어온 지 34년 만이다.

중국 매체는 ‘경쟁 심화’라고 배경을 분석하지만, 중국 정부의 지나친 자국 기업 밀어주기에 지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18일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애보트는 향후 1년 동안 중국 본토 시장에서 영유아 및 어린이 영양 제품의 영업과 판매를 점진적으로 중단할 것이라고 지난 14일 발표했다.

대신 애보트는 성인 의료·영양제품 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또 진단, 의료기기, 의약품 등 중국 본토의 다른 사업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차이신은 애보트를 인용해 보도했다.

애보트의 철수 기간 동안 소비자들은 온·오프라인에서 재고 상품을 구매하고 고객 서비스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아직 징둥과 티몰 등 애보트 공식 플래그십 스토어도 정상 판매 중이다.

본사가 미국에 있는 애보트는 1888년 설립된 글로벌 의료·건강관리 제품 기업이다. 영양제품, 의약품, 의료기기, 진단기기, 시약 등을 주요 사업 영역으로 두고 있다. 이 회사는 1988년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2010년부터 중국 사업을 확대했고 2014년엔 2억 3000만 달러를 투자해 저장성 자싱시에 영양제품 생산 공장을 세웠다.

애보트는 “지난 몇 년 동안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에 참여했으며 영유아 및 어린이 영양 제품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변화하고 있다”면서 “이미 중국 시장은 이미 다른 여러 회사가 상응한 제품과 서비스로 소비자의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2015년 영유아 분유 조제법을 등기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면서 해외 브랜드에게 족쇄를 채운 영향이라는 평가도 있다. 해당 규정은 분유업체 브랜드와 제품 수를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당시 분유 기업들은 제품의 안전과 품질 문제로 검역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브랜드와 제품 숫자까지 통제하는 것은 명확한 ‘비관세 장벽’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자국 내 대형 기업 위주로 시장을 재편하기 위한 것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해외 기업들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중국 토종 기업 육성이라는 의도 역시 깔린 것으로 풀이했다.

차이신은 ‘등록제’ 전환 이후 중국 분유 브랜드는 ‘봄을 맞았다’고 평가했다. 실제 중국 분유 시장에서 토종 브랜드 시장 점유율은 2008년 25%에서 2015년 40%를 거쳐 2019년 49%, 2020년 60%까지 해마다 증가했다. 2020년엔 중국 기업 페이허가 14.8%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반면 해외 분유 브랜드 최고 자리까지 올랐던 애보트 점유율은 2019년 4.9%, 2020년 4.1%, 2021년 3.5% 등으로 점차 떨어졌다.

여기다 애보트는 올해 초 자사 조제분유를 먹은 영유아 2명이 박테리아 감염으로 미국에서 사망하는 사건을 겪었다. 중국 해관총서는 즉시 애보트 일부 유제품 수입을 중단했다.
수입 재개 소식은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

중국은 2008년 멜라민 분유 시작으로 2010년 성조숙증 분유, 2011년 피혁 분유 등 거의 매년 분유 파동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중국 정부는 해외 브랜드를 포함해 분유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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