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죽음 헛되지 않게"… 음주운전에 분노한 母情

      2022.12.18 18:17   수정 : 2022.12.19 09:05기사원문
잇따라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했지만 운전자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는 사망했지만 가해자는 10년 미만의 실형에 그치는 경우도 많아 양형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일에도 서울 강남구 언북초등학교에서 초등생이 음주운전 차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향후 어떤 처벌을 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가해 남성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0.08% 이상)이었다. 파이낸셜뉴스는 언북초등학교 사망자의 어머니를 만나 입장을 들어봤다.


지난 16일, 피해 아동 이동원군(9)의 어머니 이모씨(43)는 아직 아들이 없는 빈자리를 낮설어 했다. 이씨는 "위험한 환경도 문제였지만 그것 때문에 동원이가 죽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본질은 술을 먹은 사람이 잡아서는 안되는 운전대를 잡고 사고를 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좌회전을) 할 수 없는 곳에서 좌회전을 해 횡단보도를 건너는 동원이를 쳤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 씨는 "판례를 찾아보고, 주변 법조인들에게 의견을 구해도 높은 형량이 나오기 힘들다고 보더라"라며 "우리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이번 일을 계기로 음주운전 처벌이 강화되고, 우리 사회에 (음주운전이) 중대범죄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으면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이씨는 "죽음의 대가는 누구도 보상해줄 수 없다"며 "이제 더 이상 이런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음주운전 사망사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국민 법감정에 비해 낮게 나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11월 한 대만인 유학생이 국내에서 음주운전 차에 치여 사망했으나 가해자인 50대 음주운전자에게는 징역 8년이 확정됐다. 유학생 쩡이린씨의 부모는 "징역 8년은 딸을 잃은 비극과 끝없는 슬픔을 보상받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당시 가해자는 혈중 알코올농도 0.079%로 만취상태였으며 과거에도 두 차례 음주운전 처벌 전력이 있었다.

음주운전을 반복하더라도 사망이 발생하지 않으면 형량이 지나치게 낮아 국민 법감정과 괴리를 보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울산지법 형사4단독(판사 김종혁)은 지난해 3월 울산 일대에서 만취상태(혈중 알코올농도 0.159%)로 운전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A씨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3월 음주운전으로 징역 8개월의 실형 처벌을 받은 바 있다.

유족은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음주운전·뺑소니 양형기준 상향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씨는 "터무니 없이 낮은 음주운전 사망사고 형량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자녀가 3학년인 학부모 김모씨(46)도 비슷한 의견이다. 그는 "여기가 일방향 도로에 아무리 안전했어도 법을 어기는 음주운전은 막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학부모들이 매번 학생들을 하교를 직접 시켜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며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이라도 음주운전은 그 모든 안전을 파괴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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