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자산 5900억 줄었지만…'脫석탄 행보' 미적대는 금융기관
2022.12.20 06:00
수정 : 2022.12.20 08:5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내 금융기관의 재생에너지로 투자 전환이 '거북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고는 있지만 석탄투자와 차이가 1.3배에 불과하다. 글로벌은 화석연료 전체를 대상으로 해도 격차가 3.1배에 달했다.
아직 석탄 투자가 더 많다
20일 국제에너지기구(IEA),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말을 기준으로 전 세계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는 3670억달러에 달했다. 석탄을 포함한 화석연료 전체에 대한 투자가 1190억 달러인 것을 고려하면 3.1배나 많은 수준이다. 재생에너지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다.
2021년 6월 말 기준 국내 금융기관의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는 7조2200억원, 석탄에 대한 투자 규모는 5조5400억원이다. 재생에너지 투자와 석탄에 대한 투자 격차는 1.3배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2016~2021년 6월 말 누적 기준으로는 석탄에 1.03배 더 많이 투자했다. 재생에너지가 30조2000억원인데 반해 석탄은 31조1000억원을 투자했다.
화석연료 전체로 확대하면 격차는 더 커진다.
건설 중인 국내 석탄발전소(강릉안인, 삼척), 해외 석탄발전소(인도네시아, 베트남)를 중심으로 PF 대출 잔액은 약 10조원, 미인출 약정액이 4조원 이상 남았다. PF 대출 규모는 2017년 5850억원 대비 2019년 2조8000억원으로 5배 가까이 늘어난 상태다.
올해 6월 말 기준 대출, 채권, 주식 투자를 통한 국내 금융기관의 석탄 자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5900억원 감소한 56조5000억원으로 조사됐다. 공적금융 35조7000억원, 민감금융 20조8000억원 순이다.
민간 금융기관 중 지난해 대비 석탄 금융 잔액이 1000억원 이상 증가한 금융기관은 DB손해보험, NH농협은행, 교보생명 ABL생명보험, 롯데손해보험, 서울보증보험, DB생명보험, 코리안리재보험, 하나은행이다.
국내 금융기관 중 석탄 매출 비중으로 석탄 투자 배제 기준을 수립했다고 응답한 기관은 AIA생명, 삼성화재,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4곳이었다. 올해 석탄 투자 배제 기준 용역연구를 마친 국민연금은 석탄 투자 제한 기준 확정 발표를 미루고 있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은 “기후변화로 인한 규제 강화 및 탄소 가격 상승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금융기관 본연의 업무인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자산의 기후 리스크 노출 수준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응 목표와 이행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 세계 자본이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금융기관들의 움직임은 다소 더딘 모습"이라면서 "사회적 요구에 따라 정책, 기술 등이 변하는 상황에서 필요를 읽지 못하는 금융기관과 기업은 궁극적으로 경쟁력을 잃고 도태되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금융기관이 국제사회의 흐름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녹색투자 전략으로의 변화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국내 금융기관의 재생에너지 누적 투자 규모(2012년~2021년 6월 말)는 37조2000억원이다. 수출입은행, 산업은행은 각각 5조6000억원, 3조1000억원 규모로 투자했다. 수출입은행은 석탄 대비 재생에너지에 1.2배 더 많이 투자했고, 산업은행은 재생에너지보다 석탄에 약 2배 더 많이 투자했다.
그린워싱 방지 필요
재생에너지 투자로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중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문제도 크다. 그린워싱이란 '그린(green·녹색)'과 '화이트 워싱(white washing·세탁)'의 합성어로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 환경주의'를 말한다. 즉 기업이 제품 생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는 축소하고 재활용 등의 일부 과정만을 부각해 마치 친환경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대출 분야에서 A금융기관은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금융지원과 같이 환경적 가치를 중대하게 훼손하는 활동을 사회발전지원으로 구분해 보고했다. B금융기관은 건물 매입비용 및 취득세 등을 위한 금융지원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지원으로 구분하여 환경(E) 실적으로 포함시키기도 했다.
국외의 경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성과를 과장해서 공시하거나 기준 부적격 펀드를 ESG상품으로 내세운 금융기관에 대해 감독당국이 허위공시와 사기 혐의로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이용우 의원은 “ESG에 대한 내용을 평가하고 비교해 이에 기반한 투자를 하거나 금융상품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장은 "ESG워싱(또는 그린워싱)방지를 위한 엄격한 법·제도·정책 구축과 감독기구 설립, ESG공시 표준화와 평가의 신뢰성 제고 방안, ISO 26000과의 보완책 등 ESG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시장 생태계 구축을 위한 새로운 대안들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2021년 기준 국내 ESG금융 규모는 786조9000억원으로 2020년 611조원 대비 29% 증가했다. ESG금융 유형별로는 ESG대출이 340조원, ESG투자가 272조원, ESG금융상품은 77조원, ESG채권발행은 98조원으로 파악됐다.
국내 ESG금융 규모는 2022년 6월말 기준 510조원이다. 경기 침체 영향으로 올해 말까지의 ESG금융 규모 증가세는 둔화될 전망이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