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직원만 '야간 숙직' 차별 아니다"..인권위 결정에 분노한 남성 직원들
2022.12.21 05:20
수정 : 2022.12.21 05:19기사원문
야간 숙직의 특성상 여성의 안전이 위험할 수 있고, 휴식 보장이 휴일 낮 일직 근무보다 더 후하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결정이 알려지자 '역 성차별'이라며 반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20일 인권위 등에 따르면 인권위는 경기도 소재의 한 농협IT센터 직원 A씨가 "당직 근무를 편성할 때 여성 직원에게는 주말·휴일 일직을 주고, 남성 직원에게는 야간 숙직을 전담하게 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제기한 진정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해당 진정은 지난해 8월 제기한 것으로 인권위는 1년 4개월 만인 지난 15일 A씨에게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통보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야간 숙직의 경우 한차례 순찰을 하지만 나머지 업무는 일직과 비슷하고, 대부분 숙직실 내부에서 이뤄지는 내근 업무다. 특별히 더 고된 업무라고 보기 어렵다"며 "숙직은 일직보다 약 6시간 더 근무하지만 휴식시간이 5시간이 있고, 숙직 근무자에게는 종료 후 4시간 보상휴가도 주어진다. 당직 주기는 4급 남성과 여성 모두 약 7개월이고, 5·6급 남성과 여성은 각각 16개월과 18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당직 편성 방식이 남성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대우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성에게 일률적으로 야간 숙직 근무를 부과한다면 매우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평등에 불과하게 된다. 불평등한 성별 권력관계 속에서 여성들은 폭력 등의 위험 상황에 취약할 수 있고, 여성들이 야간에 갖는 공포와 불안감을 간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여성들이 숙직 근무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경우 성별 구분 없이 당직 근무를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해당 결정을 들은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1년 4개월 만에 나온 결론이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가득하다. 결론을 정해놓고 짜 맞추기 한 것"이라며 "동료 남성 직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 일부도 "임금 격차 해소는 야근과 당직에서 나온다", "야간에는 모두가 공포를 느낄 수 있다" 등의 반응들을 보였다.
반면 다른 누리꾼들은 "괴한이라도 오면 어찌할 건가", "신체 구조상 여성이 밤에 더 위험한 건 사실"이라며 인권위의 결정을 옹호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