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미사일 도발로 北주민 46일치 식량 허공에 날렸다
2022.12.22 05:00
수정 : 2022.12.22 05:00기사원문
북한 내 식량사정도 어렵고, 경제 상황마저 악화되는 가운데 오로지 북핵 지상주의만을 위해 허공에 쏘아 올리는 미사일 도발 비용을 정확히 추산하기는 현재로선 어렵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 관계자는 최근 "북한은 올해 미사일 71발을 발사했으며 서방보다 생산 비용이 적게 드는 북한 생산 단가를 적용해도 약 2600억원(약 2억달러)을 탕진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성(포)-17형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8발 발사에만 1430억원(1억1000만 달러)을 허공에 날렸고,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43발 발사에도 500억원(3900만 달러)을 허비한 것으로 당국은 평가했다.
정부 관계자는 또 이같은 미사일 발사 총비용은 북한 모든 주민이 46일간 먹을 수 있는 양인 쌀 50만t을 살 수 있는 금액이며, 내년 북한 식량 부족분(80만여t)의 60% 이상을 충당할 수 있는 규모라고 분석했다.
북한 주민의 궁핍한 생활과 열악한 경제사정은 익히 널리 알려져 있는데도 북한의 사치품 수입은 여전한 상황이다.
북한은 지난 11월 초 2년 만에 북한-러시아 간 교역, 열차 운행을 재개하면서 가장 먼저 김정은 일가와 고위층용 말 '백마' 수십 마리를 가장 먼저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언론은 북한이 러시아산 고가의 오를로프종 준마를 가장 먼저 반입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오를로프종 준마는 2019년 10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을 등정할 때와 올해 4월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년 기념 열병식 때도 등장한 말로 알려졌다.
북한 정권이 북한 주민들의 희생을 담보로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올인하면서도 주민들을 위한 생필품 수입이 최우선이 아닌 행태를 보이는 것은 김정은이 강조하는 인민대중제일주의의 민낯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특히 함경도 지역에 다수의 아사자가 발생했으며, 이 지역 주민들은 "눈물 없이 못 볼 지경"이라고 불만을 토로하는가 하면, 농장원이 당국의 수매 강요로 "쌀 한 톨 못 쥐었다"고 검열관에게 반발하는 동향도 포착됐다고 전했다.
최근 북한은 중간 간부층에서도 '고난의 행군기보다 못하다' 식량 공급 관련 실무를 담당하는 기관과 기업소 책임자들은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모가지가 날아갈 수 있다'는 불안감도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촌진흥청 발표에 따르면 북한은 김정은 집권 이후 지난해 최악의 식량난을 겪은 후 증산에 주력했으나 기상 악화와 비료 부족으로 올해 수확량(451만t)은 전년 대비 18만t이 감소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대해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OCHA) 대변인은 20일 대북 지원에 대해서 "유엔의 대북 지원 프로젝트와 프로그램들을 온전히 이행할 수 없는 현재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유엔은 상황이 허락하는 대로 필요한 북한 주민에게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유엔 대변인은 지난 6월 ‘북한의 전례 없는 빈도의 미사일 발사가 인도적 지원 사업에 영향을 주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북 인도적 지원이 정치 상황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도 지난 2일 발표한 ‘작황 전망과 식량 상황 분기 보고서’에서 북한을 외부 식량 지원 필요국으로 재지정했다.
북한을 ‘전반적으로 식량에 대한 접근이 부족한 국가’로 분류하고 외부 지원이 필요한 45개국에 포함한 것이다. FAO는 해당 조사를 시작한 지난 2007년 이래 북한을 줄곧 외부 식량 지원을 받아야 하는 나라로 선정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최근 수년간 국제사회 대북 제재와 코로나19, 자연재해 등 악재들을 겪으면서 식량과 경제지표들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북한 지역의 기상 여건과 병충해 발생, 비료 수급 상황, 국내외 연구기관의 작황 자료, 위성영상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라면서 북한의 올해 식량작물 생산이 지난해보다 3.8%, 수량으론 약 18만t 줄어든 451만t으로 추정하면서 이런 내용을 담은 ‘2022년도 북한 식량작물 생산량’ 추정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보다 생산량이 줄어든 주요인은 가뭄 등 기상을 꼽았다.
작목별로 보면 지난해에 비해△쌀은 9만t 감소한 207만t으로 △옥수수는 2만t 감소한 157만t으로 추정·조사됐다.
감자와 고구마 수확량은 49만t, 밀과 보리 18만t, 콩 18만t, 기타 잡곡 2만t으로 조사됐다.
북한 농업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농촌진흥청보다 북한의 올해 식량 생산 사정을 더 어렵게 평가하면서 평안남도의 경우 쌀은 지난해보다 7%, 옥수수는 10~14% 정도 줄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 들어 기존의 집단농업체제를 완화하고 생산물에 대한 농민들의 자율적인 처분권을 확대하는 조치를 시행하면서 어느 정도 식량난을 완화하는 효과를 보았지만 매년 이어지는 물난리와 가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북·중 교역 봉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국제 식량가격 폭등 등이 겹치면서 식량 사정이 악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북한 경제 전반도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최근 공개한 ‘2022 통계편람’을 통해 북한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20년의 마이너스 4.3%에 이어 지난해 2021년에도 마이너스 2.9%라고 추정했다. 국경 봉쇄로 물자와 식량 보급이 계속 악화했다는 분석이다.
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 소폭 늘어난 1억3100만 달러, 수입 규모는 같은 기간 44% 줄어든 4억9000만 달러로 추정해 3억59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북한의 실질 GDP는 강력한 국제사회 대북 제재가 시작된 2017년 마이너스 3.5%, 이듬해인 2018년 마이너스 4.1%를 기록했고 코로나19 사태 첫해인 2020년엔 마이너스 4.5%로 가장 큰 폭의 역성장을 보였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김영희 남북하나재단 대외협력부장은 북·중 교역 봉쇄가 풀릴 경우 북한의 내년 경제는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9월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했고 중국이 최근 ‘제로 코로나’ 정책을 대폭 완화하면서 북·중 접경지역에서 육로 교역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북한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국제사회 대북 제재가 유지되는 한 북한 경제 회복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