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아웃" 테슬라 주가 폭락에 뿔난 테슬람

      2022.12.22 05:00   수정 : 2022.12.22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사임하고 속세를 떠난다면 테슬라 주가는 어떻게 될까요?" "속세가 아니라 지구를 떠나야 반등합니다." (인터넷 미국 주식 투자 커뮤니티)

20일(현지시간) 테슬라 주가가 2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 10월 트위터를 인수한 뒤 연일 기행을 벌이자 주가가 끝없이 미끄럼을 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주가에 가장 큰 리스크는 경기침체나 전기차 수요 둔화가 아닌 테슬라 브랜드 약화라고 분석했다. 테슬라 혁신을 응원하던 소비자들의 '팬덤'이 머스크의 잇단 논란으로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머스크는 이날 트위터 CEO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트위터 경영에서 손을 떼고 테슬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 전까지는 테슬라 주가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주가 2년래 최저, 월가는 목표주가 줄하향


20일 미국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8.05% 급락한 137.80달러로 마감했다. 연초 대비로는 60% 추락했다.

이에 따라 테슬라 시가총액은 4317억9000만달러를 기록, 2020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5000억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 10월 몸집이 1조달러 넘게 불어나며 시총 5위까지 올랐던 테슬라는 이날 엑손모빌에게 밀리면서 10위로 추락했다.

증권사들이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한데다 미국 재무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해 전기차(EV) 배터리 세액공제(보조금) 세부 시행을 당초 내년 1월에서 3월로 연기한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투자은행(IB) 에버코어 ISI는 이날 테슬라 목표주가를 300달러에서 200달러로, 일본 다이와캐피털마켓은 240달러에서 177달러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일본 미즈호증권 역시 테슬라 목표주가를 종전 330달러에서 285달러로 낮췄다.

이외에도 전날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한 오펜하이머를 비롯해 골드만삭스, 웨드부시 등이 테슬라 목표주가와 투자 등급을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머스크 기행에 등 돌리는 '테슬람'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내 수요 둔화로 인한 상하이공장 근무시간 단축과 경기침체에 따른 전기차 수요 부진을 악재로 꼽았다. 비제이 라케시 미즈호증권 애널리스트는 "테슬라를 포함한 자동차업계 전체가 당면한 수요 부진 문제를 근거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이와캐피털마켓은 2023년 테슬라의 차량 인도량 예상치를 종전 195만대에서 186만대로 축소했다. 2023년 주당순이익(EPS)를 5.75달러에서 5.3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대다수는 최근 테슬라 주가 하락 이유는 '머스크 CEO'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과정에서 테슬라 경영을 소홀히 했고 회사의 브랜드 가치마저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애널리스트는 "테슬라는 트위터 드라마가 시작된 이후로 계속해서 잔인한 방식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머스크가 '트위터 악몽'을 끝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머스크의 트위터 경영이 광고주 이탈과 트위터 적자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오펜하이머는 "광고주 이탈에 따른 트위터 재정난이 머스크의 테슬라 보유 지분 처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테슬라가 단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머스크 CEO와 테슬라에 대한 소비자 팬덤이 워낙 강력했기 때문이다. 테슬라 팬은 '테슬람'('테슬라'와 '이슬람'의 합성어로 테슬라에 대한 사랑이 맹목적이라는 데서 파생됨)이라고 불릴 정도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에서 테슬라 소비자 대부분은 머스크의 비전과 문제 해결 방식에 열광하고 테슬라의 기술 개발을 기다려주고 열정적으로 피드백해주는 동반자적 관계"라며 "이들에게 테슬라는 이동을 위해서만이 아닌 브랜드가 지닌 비전과 가치를 통해 개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머스크, 테슬라 경영 집중하기 전엔 주가 반등 어렵다"

그러나 머스크가 벌이는 각종 논란에 지쳐 최근 소비자 팬덤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테슬라가 글로벌 대표기업으로 성장한 이후에도 머스크는 일반적인 대기업 CEO와 다르게 정치적 발언을 지속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왔고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지지 발언을 지속했다.

트위터를 인수해 운영하면서 기행은 심해졌다. 트위터 직원을 무더기 해고하더니 표현의 자유라는 이유를 들어 트위터에서 혐오 표현 등을 점검하고 조언하는 역할을 했던 진실·안전위원회를 해체하고 자신의 전용기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해 보여주는 봇(자동 정보검색 프로그램) 계정을 정지시켰다.

머스크의 행보에 비판적인 기사를 쓴 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WP)·CNN 등 소속 기자들의 계정을 무더기로 정지시켰다가 비판이 거세지자 며칠 후 이들의 계정을 복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CEO로서 자신의 거취 문제까지 트위터상에서 투표에 부쳤다. 12시간 동안 진행된 투표는 약 1750만명이 참여한 결과 약 57.5%가 머스크 퇴임에 찬성 표를 던졌다
머스크는 20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트위터 CEO를 맡을 만큼 어리석은 사람을 찾는다면 사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위터 CEO를 사임한 이후에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팀을 이끌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대표직을 언제 물러날지 등 구체적인 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머스크가 더 늦기 전에 테슬라 경영에 다시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테슬라 주가가 반등을 모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은영 연구원은 "지속 가능한 에너지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테슬라의 발전이 필요하다.
에너지, 충전, 자율주행, 로봇, 저궤도 통신 모두 테슬라와 연결된 기술"이라며 "소비자의 팬덤이 빠르게 식어서 되돌릴 수 없는 시기가 되기 전에 머스크는 테슬라에 다시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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