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직한 국책사업 번번이 유치 실패…제천시민 상실감 커진다
2022.12.22 15:58
수정 : 2022.12.22 15:58기사원문
(제천=뉴스1) 조영석 기자 = 올해 충북 제천의 가장 큰 현안이었던 경찰병원 제천분원 유치가 무산되면서 거듭되는 국책사업에 유치 실패로 인한 시민 좌절감이 커지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충북 출신이어서 경찰병원 제천분원 유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고, 여당인 엄태영 국회의원과 김창규 제천시장이 국민의힘 소속이어서 기대감이 더 컸기 때문이다.
엄태영 의원은 현재 국민의힘 비대위원과 조직부총장, 조직강화특별위원 등 핵심 역할을 맡고 있어 어느정도 정치적 역할을 기대했다.
이 때문에 경찰병원 제천분원 유치 실패가 정치권의 책임이냐는 반문도 있지만, 엄 의원의 정치적 무게감으로 봤을 때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제천은 비단 경찰병원 분원 유치 실패뿐 아니라 여러 차례 크고 작은 국책사업 유치에 실패하거나 그나마 있던 국가 기관마저 사라지는 뼈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2005년 제천출신의 이원종 충북지사 재임 시절 혁신도시 유치에 나섰던 제천시는 음성·진천이 혁신도시로 정해지면서 헛물만 켰다. 음성과 진천은 현재 눈부신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100여간 철도의 요충지로 자리매김한 것을 고려해 철도의 중심지를 꿈꾸며 2016년 유치에 나섰던 철도박물관 건립사업도 무산됐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권석창 의원이 공약사업으로 내걸었지만, 권 의원이 낙마하면서 없었던 일이 됐다.
2006년 제천에 설립된 코레일 충북본부도 코레일의 조직개편에 따라 2020년 9월 폐쇄됐다.
전 시민과 당시 여당 소속 이후삼 국회의원과 이상천 시장이 코레일 충북본부 폐쇄 반대에 나섰으나 대세를 막지 못했다.
충북선 철도 고속화사업에 제천역 패싱 홀대론이 거세지면서 2019년 3월 제천을 방문했던 이시종 충북지사는 뿔난 시민들로부터 멱살을 잡히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한 시민은 "제천을 제외한 인근 충주, 음성, 진천 등은 대규모 기업 유치 등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데 제천은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치적으로 항상 제천은 소외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제천시민의 허탈감은 이뿐만 아니다.
2016년부터 충북과 강원도를 관리하던 한국전력공사 제천전력관리처도 청주에 충북지역본부가 생기면서 규모와 인력이 대폭 줄었다.
일부 시민 사이에서는 차라리 충북도가 아닌 강원도 제천시로 편입돼야 제천이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한 시민은 "그동안 지역 국회의원과 시장들의 역량이 부족해 크고 작은 국책사업을 따오기는커녕 오히려 있는 것도 빼앗겼다"라며 "시민들의 상실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라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