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이슬람포비아… 흔들리는 '하나의 유럽'
2022.12.22 17:59
수정 : 2022.12.22 17:59기사원문
"만약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국가들이 국가 주권의 토대 위에 재구성된다면 유럽에는 평화가 없다.
유럽통합의 아버지라 불리는 장 모네가 1943년 프랑스 망명정부의 알제리 회의에서 유럽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지난 20세기 1, 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겪은 후 다시는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된다는 '평화에 대한 강한 열망'에서 비롯됐다.
2차 대전 이후 지난 70여년간 유럽에서는 평화와 번영을 위해 유럽통합의 질적 심화와 회원국 수 확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왔다. 이같은 노력으로 오늘날의 유럽연합(EU)은 유럽 역사상 유례없는 최고의 평화, 공존 수준을 구가하고 있으며, 아울러 국경이 사라진 세계 최대의 단일 시장, 단일 통화권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간 공동 번영의 상징이었던 EU는 최근 대내외로부터 심각한 위기와 도전을 받으면서 '국경이 사라진 하나의 유럽'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흔들리고 있다. 2010년 초에 시작된 남유럽발 재정위기는 유로존 중심국까지 빠르게 확산되면서 유럽경제뿐 아니라 정치, 사회 분야까지 뒤흔들었다. 지금까지도 여전히 심각한 국가 부채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 이탈리아 등 유럽국가에서는 경제위기에 따른 저성장과 고실업, 긴축정책으로 인해 시민들의 복지와 삶이 위협받고 있으며, 긴축정책에 항의하는 분노시위가 연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또 최근 중동·아프리카 출신 난민들이 대거 유입되고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의한 테러가 잇달아 발생되면서 EU 주요국은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 결과 회원국간 자유이동을 보장하는 쉥겐 협정(Schengen Agreement)이 위협받으면서 유럽통합에 대한 회의감이 고조되고 있다. 더구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는 EU의 위상 및 신뢰성에 큰 타격을 주면서 EU 다른 회원국들의 '탈퇴 도미노'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편 경제위기와 실업률 증가, 난민 대량유입, 연쇄 테러 등으로 인해 유럽 주요국에서는 반(反)EU, 반이민, 자국우선주의를 주장하는 극우 정당들이 득세하면서 EU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반이민·반이슬람을 내세우는 극우세력의 부상에 따라 유럽 내 이슬람포비아 현상은 확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유럽 주류사회와 무슬림 이민자 간에 갈등과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과연 EU는 유로존 위기를 비롯한 여러 난관과 도전을 극복하고 '국경이 없는 하나의 유럽'을 계속적으로 추구할 수 있을지 여부는 학문적, 실무적으로 매우 의미있는 주제다.
이번 책 'EU와 국경'은 '국경'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해 국경이 사라진 세계 최대의 단일시장을 이루어낸 EU의 주요 성과에 대해 살펴보고 오늘날 EU가 직면하고 있는 유로존 위기, 브렉시트 위기, 반EU 성향의 극우파 부상 등 다양한 위기와 도전에 대해 분석한다. 국경을 넘는 이주와 관련된 EU 각국의 이민 정책과 이민자 문제도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 이 책이 유럽과 EU에 관심을 가진 많은 이들에게 유용한 자료가 되길 기대한다.
김승민 계명대 독일유럽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