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통학차량 동승자 탑승 의무… 인력난 허덕이는 지역아동센터

      2022.12.22 18:08   수정 : 2022.12.22 18:08기사원문
지난 달 말부터 지역아동센터 통학 차량에 보호자가 동승토록 도로교통법이 개정됐지만 현실적으로 센터가 동승 인력까지 추가 고용하기 어려워 정부 차원에서 지역아동센터 인력 충원을 현실화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지원 운영 인력이 최소화된 상태에서 지역아동센터가 법에 맞게끔 동승 보호자를 두는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2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역아동센터에 어린이 통학 차량 내 보호자 동승을 의무화한 일명 '세림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지난달 27일부터 확대 시행됐다.

세림이법은 2013년 충북 청주에서 어린이집 통학 차량에 목숨을 잃은 김세림양 사건 이후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지역아동센터 어린이 통학 버스에는 반드시 성인 보호자가 함께 타야 하며 이를 어길 시 형사 처벌을 받는다.
지역아동센터는 방과후 돌봄이 필요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정부가 보호, 교육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동복지시설이다. 초등학교 및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학교밖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한다. 문제는 지역아동센터의 인력 구조 개선 없이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됐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말 기준 전국 지역아동센터 4199곳 가운데 지원 아동 29인 이하 시설은 2895곳(68.9%)에 달한다. 이 가운데 1417곳은 통학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하지만 29인 이하 지역아동센터는 현행 법에 따라 법정 종사자 수는 단 2명 뿐이다. 생활복지사와 센터장 등 최소 인력이다. 지원 아동 30인 이상 센터도 법정 종사자는 단 3명이다. 정부는 법정 종사자 수에 한해서만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추가 인력 고용이 어려운 탓에 특히 법정 종사자가 2명에 불과한 소규모 센터의 경우 아이들에 대한 '돌봄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등·하원 시 종사자 2명을 각각 차량 기사, 보호 동승자로 배치할 경우 센터 내에는 전문 인력이 아무도 남지 않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선숙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사무총장은 "대부분 시설이 기부를 통해 통학 차량을 마련·유지할 정도로 여건이 좋지 않다"며 "소규모 시설의 경우 법정 종사자는 2명인데 운전·차량 동승·센터에 남은 아이들 귀가 지도까지 업무가 3개가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노인 일자리 인력 등을 통학 차량 동승 업무에 배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는 부족한 실효성에 대해 지적했다. 서울 성북구에서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김 모 센터장은 "야간 돌봄 확대로 통학 차량은 주로 저녁 8시~9시 사이에 운행된다. 그 시간까지 어르신들에게 업무를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밤 늦게까지 아이들을 귀가 시키고, 센터 운영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라 통학 차량 운행을 접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최 사무총장도 "노인 일자리 파견 자체가 임시 사업일 뿐더러,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의 경우 동승 업무를 하다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있다"며 "안전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동승자 안전 교육 이수 방식 등에 대한 문제도 산재해 있다"고 덧붙였다.

아동들의 통학 안전 보장을 위해서는 지역아동센터 내 인력 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로선 인력이 부족해 세림이법이 있어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통학 차량 운행을 아예 접는 등 2차 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센터장은 "노인 일자리 등 임시 방편에 기댈 것이 아니라, 센터 내에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직접 고용 교사들이 많아져야 안전 문제에 보다 책임감 있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차량 운행을 하지 않을 경우 아이들을 채울 수 없어 센터 운영이 어려운 농·산·어촌의 지역적 특성도 반영이 돼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2025년부터 저녁 8시까지 초등학생들의 맞춤 돌봄을 보장하겠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야간 돌봄·통학 지도 등 의무는 확대되지만 인력만 제자리인 상황이다.
최 사무총장은 "법안의 개정 취지나 아이들의 안전한 보호라는 목적을 살리기 위해서는 통학 지도뿐 아니라 총체적 안전 관리가 가능한 돌봄 인력 배치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는 게 절실하다"고 밝혔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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