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대학 가면 안된다”? 탈레반이 내놓은 이유는 ‘복장 불량’

      2022.12.23 14:22   수정 : 2022.12.23 14:2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여학생들에게 대학 교육 금지령을 내린 후 국제사회의 규탄을 받고 있는 가운데, 탈레반 정권이 금지령을 내린 이유로 ‘복장 불량’을 꼽았다.

22일(현지시간) AP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의 보도에 따르면 니다 모하마드 나딤 아프가니스탄 고등교육부 장관 대행은 여학생들에게 대학 교육 금지령을 내린 이유로 여학생들이 이슬람 복장 규정을 위배했고, 남녀 학생들이 대학에서 상호 접촉하는 문제 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나딤 대행은 “여학생들에게 히잡을 적절하게 착용할 것을 요구했지만 그들은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이들이 “결혼식에 가는 것 마냥 옷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나딤 대행은 또 일부 과목이 이슬람 원칙을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여학생들은 농업과 공학을 공부했지만 이는 아프간 문화와 맞지 않는다”며 “여학생들이 배워야 하기는 하지만 이슬람과 아프가니스탄의 명예에 반하는 분야를 배우는 건 안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은 공학, 경제학, 수의학 및 농업, 그리고 저널리즘을 배울 수 없다.

앞서 아프가니스탄 고등교육부는 지난 20일 아프간에 있는 공립, 사립 대학에 “추가 통보가 있을 때까지 여학생들의 등교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탈레반 정권이 지난해 8월 미군이 철수한 이후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여학생들의 학습권을 박탈한 이후 대학에서도 이들의 교육을 가로막은 것이다.


나딤 대행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며, 해결되면 대학이 여성에게 다시 문을 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탈레반 정권은 과거 여학생들의 고등학교 교육을 금지하였을 때에도 교복과 학생 수송에 관련한 “기술적인 문제들”이 해결될 경우 다시 여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해당 약속은 아직까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 경찰 수장, 군 지휘관 등을 거쳐 지난 10월 고등교육부 장관 대행으로 임명된 나딤 대행은 여성 교육이 이슬람과 아프가니스탄의 가치에 위배된다며 ‘세속적 학교 교육’을 근절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한편 탈레반 정권이 여학생들의 대학 교육을 금지시킨 이후, 국제 사회의 반발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결정이 번복되지 않는다면” 탈레반이 필요로 하는 바깥 세계와의 개선된 외교 관계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링컨 장관은 “그들이 저지른 행위는 아프가니스탄 여성과 여학생들의 기회를 박탈하고 어두운 미래를 선고한 것”이라며 “그 어떠한 국가도 인구 절반의 기회를 빼앗고서 성공하거나 번창할 수 없다.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이슬람권 국가인 튀르키예와 사우디아라비아 등도 실망을 표했다.

메블뤼트 차부소글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22일 여학생에 대한 대학 교육 금지가 “이슬람적이지도 인도적이지도 않다”며 탈레반이 금지 명령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여성 교육에 어떤 해악이 있냐. 여성 교육이 아프가니스탄에 주는 피해가 무엇이냐”고 물으며 “우리 종교인 이슬람교는 오히려 교육과 과학을 장려한다”고 강조했다.

사우디 외무부도 21일 탈레반 정권의 조치에 “놀라움과 유감”을 표하며 탈레반 정권이 금지 명령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슬람 국가들을 포함한 국제 사회의 비난에 대해 나딤 대행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내정 간섭을 중단하라”며 반발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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