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베노믹스와 작별…내년 봄 마이너스 금리 끝낸다

      2022.12.25 18:17   수정 : 2022.12.25 18:1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20년 이상 지속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과 엔고(엔화가치 상승)를 탈출하기 위해 시작된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10년의 쓰임을 뒤로하고 출구전략을 찾고 있다. 기존의 무제한 돈 풀기에서 조금씩 돈 죄기 국면으로 정책 노선을 갈아타기 시작한 것이다. 기시다 내각은 예산 규모 29조엔(약 280조원)에 달하는 종합경제대책을 통해 아베노믹스와 이별을 진행 중이다.

일본의 통화정책 변경은 정부, 기업, 국민 등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베노믹스, 10년 만에 저단 변속

25일 현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일본 주식시장에서는 일본정부가 내년 봄 마이너스(-) 금리 통화정책을 종료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일본은행은 지난 20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되 변동 폭을 기존 0.25%에서 0.5%로 확대해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적어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임기가 끝나는 내년 봄까지 대규모 금융온화 정책이 지속될 것으로 봤는데 이를 뒤엎은 것이다.

일본은행이 선진국 중앙은행들 중 마지막으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마무리하고 점진적인 정책 정상화 기로를 밟을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로다 총재는 즉각 "금리 인상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장기 금리가 그동안 변동 폭 상한선(0.25%) 근처에서 움직이고 있어 사실상 금리인상 신호로 받아들였다.

당분간 엔화는 강세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통화정책의 정상화 과정은 경제와 금융시장의 여파를 고려해 상당한 기간 동안 서서히 이뤄질 가능성이 큰 만큼 일각에서 우려하는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은 급격하지 않을 것이란 업계의 중론이다.

■엔저→물가 급등, 경기 회복 신호탄으로

일본의 통화정책 노선 변경의 배경으로는 물가 상승과 경기 회복 기대감 등이 꼽힌다. 역사적인 인플레이션으로 해외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인상했다. 유일하게 버티던 일본도 장기 금리에 대한 상승 압력이 커졌다. 해외 금리 인상의 여파로 엔화가 급격히 하락했다.

환율은 연초 달러당 115엔대에서 출발했다가 지난 10월 151엔까지 치솟았다. 지금은 일본정부의 시장 개입과 이번 일본은행 결정 이후 132엔 수준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 결과 일본의 인플레이션은 42년 만에 가장 가파르게 올랐다. 지난달 핵심 소비자물가지수(CPI·변동성이 높은 신선식품 제외)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7% 증가해 15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상승률은 제2차 석유위기가 있었던 1981년 12월 이후 41년 11개월 만에 최고였다. 일본은행의 2% 목표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미야메 코야 SMBC니코증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11월 CPI가 식품과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올랐고 12월은 4% 이상으로 더 오를 수 있다"면서 "임금이 인플레이션만큼 오르지 않아 내년 CPI는 2%를 약간 웃돌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축은 경기 회복 기대감에 따라 정책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2023년 일본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연평균 1.5%로 비교적 양호하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고 일본 내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있는 점이 변수지만 일본경제는 내수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입국 규제 완화 이후 11월의 방일 외국인은 93만4500명으로 전월(약 49만명) 대비 1.9배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인 2019년 11월과 비교하면 약 40% 수준까지 회복됐다. 일본 전국 기업 단기경제관측조사(단칸) 비제조업 지수도 3분기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다.

■판 바뀐 日, 플레이어 영향은

일본은행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하면서 과잉 채무를 안고 있는 일본기업들의 이자 부담은 증가할 전망이다.

미즈호 리서치&테크놀로지스에 따르면 장기 금리가 1%포인트(p) 오를 경우 차입 부담 증가로 기업 이익은 5%p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장기 부채가 많은 운수·우편, 부동산 업종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부실 우려가 있는 회색채권 대출 잔액은 올해 9년 만에 60조엔을 돌파한 후 계속 늘어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회색채권이란 상환조건 변경이나 원리금 상환 유예 등이 필요해진 기업(요주의 대상)을 위한 채권으로 사실상 '불량채권'으로 분류된다. 올해 3월 말 회색채권 잔액은 60조1000억엔(약 580조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기 전인 2019년 3월 말과 비교하면 30%(15조엔·145조원) 증가했다.

기업 전체의 채무잔액은 지난 9월 말 기준 479조엔(약 4622조원)으로 불어났다. 회색채권이 기업도산 등으로 인해 부실채권으로 바뀌면 체력이 떨어지는 지역 금융기관의 경영을 압박하게 된다.

가계에는 긍정과 부정적인 효과가 동시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엔저가 진정되면 수입물가 상승에 제동이 걸려 가계의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2016년 이후 보통예금 금리는 평균 0.001%로 거의 무이자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예금에 대한 이자 소득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이자 부담은 늘어나게 된다.

정부의 재정운영은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금리가 상승하면 매년 8조엔(약 77조원) 정도에 이르는 국채이자 지급비용 부담은 더 커진다.

국채 상환과 이자 지급비를 합한 국채비는 올해 당초 예산 기준 24조3393억엔(약 235조원)이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금리가 예상보다 1%포인트 상승할 경우 2025년 국채비는 3조7000억엔(약 35조원)이 늘어나게 된다.

k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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