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결에 당한 보이스피싱.."모든 계좌 한번에 정지시키세요"

[파이낸셜뉴스] #. A씨는 최근 모르는 번호로 ‘엄마 나 딸인데 폰 액정 깨져서 친구 폰으로 연락해. 폰 수리비 보험금 청구하려면 엄마꺼로 인증받아야 해. 이 번호 SNS 메신저에 친구 추가하고 B앱 깔아서 인증해줘!’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문자메시지대로 행동한 A씨는 잠시 후 딸의 진짜 핸드폰과 연락이 닿았고 황급히 B앱을 확인했다. B앱이 핸드폰을 원격 조종하는 악성 앱인 것을 파악한 A씨는 서둘러 주거래 은행의 잔액을 확인했으나 오픈뱅킹서비스를 통해 당행 및 타행 계좌 잔액이 모두 편취된 것을 알고 망연자실했다.

금융당국이 A씨와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본인 명의로 개설된 전 금융권의 모든 계좌를 일괄적으로 정지할 수 있는 서비스를 꺼내 들었다. 최근 오픈뱅킹서비스를 통해 여러 금융계좌에서 자금을 한 번에 편취하는 보이스피싱 피해사례가 지속해 발생함에도 마땅한 대응 수단이 부재하자 조치에 나선 것이다.

'내계좌 지급정지'로 모든계좌 동결

금융감독원은 26일 금융결제원과 함께 금융소비자가 본인 명의의 모든 계좌를 한 번에 정지할 수 있는 ‘내계좌 지급정지’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내계좌 지급정지’ 서비스란 본인 명의로 개설된 모든 금융계좌 현황을 일괄 조회하고,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피해가 우려되는 계좌를 선택해하여 즉시 지급정지를 신청하는 서비스다. 현 지급정지 제도는 피해자가 금융회사별로 각각 연락해 지급정지를 개별 신청해야 했다. 이로 인해 지급정지 조치가 지연될 경우 추가피해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내계좌 지급정지’는 고객 본인 명의로 개설된 은행 및 제2금융권의 수시 입출금식계좌 및 증권사의 투자자예탁금계좌를 대상으로 한다. 다만 고객 본인 요청에 의하여 전자금융거래가 제한되는 보안계좌 등 ‘내계좌 한눈에’ 서비스에서 조회되지 않는 계좌는 해당하지 않는다.

지급정지 대상이 되는 거래는 영업점 및 비대면 채널, 자동이체, 오픈뱅킹 등을 포함한 모든 출금거래다. 다만 고객 불편 등 부작용 방지를 위해 일괄 지급정지 이후에도 해당 계좌로의 입금은 허용된다.

모바일앱은 내년 1월부터, 해제는 영업점 방문

지급정지 해제의 경우 개별 금융회사 영업점 방문 등을 통해 가능하며 계좌통합관리서비스를 통한 해제는 불가능하다.

해당 서비스는 오는 27일부터 이용할 수 있다. 휴일 없이 매일(00:30~23:30) 이용 가능하며 모바일앱의 경우 내년 1월 중 사용할 수 있다.

금감원은 향후 내계좌 지급정지 서비스 이용의 편의성을 제고하기 위해 서비스 제공 채널을 금융회사 영업점 등으로 확대하고 지급정지 해제 시 하나의 금융회사 영업점에서 모든 계좌에 대한 일괄 해제가 가능하게끔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일괄 지급정지 서비스 시행 이후 소비자 만족도 및 시스템 안정성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등 피해가 우려되는 여러 계좌의 금융회사에 일일이 연락할 필요 없이 일괄 지급정지 서비스를 통해 한 번에 신속히 지급정지해 금융소비자의 금융사기 피해 예방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mail]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