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윤제균 감독 "내가 만든 영화, 자랑하고 싶은 자식같지만..."
2022.12.26 18:05
수정 : 2022.12.26 22:34기사원문
"뮤지컬 영화에 조예가 깊어서가 아니라 공연을 보고 감명받아 그때부터 공부했고 정말 힘들게 찍었다. 새롭게 도전해 인정받고 싶었다"고도 했다. 지난 21일 개봉한 '영웅'은 현재 한파를 뚫고 '아바타: 물의 길'과 함께 극장가 흥행을 견인하고 있다.
그는 “‘아바타2’가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3D에 최적화된 영화라면 우리영화는 5.1채널에 최적화됐다. 그만큼 사운드에 공을 들였다”고 비교한 뒤 “무엇보다 가슴을 뜨거워지는 영화”라며 관람을 권했다.
―'국제시장'이 아버지의 영화라면, '영웅'은 어머니를 위한 영화라고 했다.
▲내가 제작한 '댄싱퀸'(2012)으로 인연을 맺은 배우 정성화가 권유해 공연을 보러갔다가 조마리아 여사가 부른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를 듣고 오열했다. 내겐 이 모자와 이 노래가 중요했다. 대학 다닐 무렵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어머니가 자식 둘을 혼자 키우셨는데, 지난 2017년 암 투병 끝에 돌아가셨다. 이번 영화 찍으면서 유난히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특히 조마리아 역의 나문희 선생님 장면 찍을 때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많이 울었다.
―조마리아 여사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 생각하지 말고, 목숨을 구걸하지 말라'면서 노래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심금을 울린다.
▲나문희 선생님 캐스팅은 한마디로 운명 같았다. 시나리오 받고 다음날 바로 한다고 전화하셨는데 평소 조마리아 여사에게 각별한 애정이 있으셨더라. 우리 영화는 롱테이크 장면이 많았는데 대여섯 번은 기본이고 마음에 들 때까지 찍었다. 특히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 장면은 버전이 두 개다. 뤼순 형무소 담벼락을 걸으며 찍었는데 후반작업하다 지금의 배냇저고리를 만지며 부르는 버전으로 재촬영했다.
―'영웅'은 초등학생도 보기 쉽게 대중적이면서도 촬영에 공을 많이 들였더라.
▲온가족이 함께 보고 우리 근현대사에 대해 대화하길 바랐다. 그래서 영화의 톤앤매너를 너무 어렵거나 무겁지 않게 잡았다. '어둠속의 댄서'를 교본으로 삼았다. 이 영화 볼 때도 많이 울었다. 제 영화가 웃음도 많고 눈물도 많은데, 제 성격이 그렇다.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송모먼트'다. 대사를 하다가 노래가 나올 때 어떻게 하면 이질감이 들지 않고, 노래가 대사의 일부로 받아들여질지 그 순간을 찾는데 올인했다.
―작품을 통해 꼭 알리고 싶었던 역사적 사실을 꼽는다면.
▲안중근 의사의 직업과 활동을 좀 더 알리고 싶다. 특히 회령전투는 대한의병군 참모중장이었던 안 의사가 만국공법에 따라 일본인 포로를 풀어줬다가 참패했는데 이 사건이 단지동맹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또 안 의사는 애초 거사 후 자결할 생각이 없었다. 세계 언론이 주목하는 재판에서 자신의 동양평화사상을 알리고자 했다. 재판 장면은 최대한 고증에 입각해 찍었다.
―안중근 의사와 우정을 나눈 일본인 간수 이야기도 다뤘다.
▲지바 도시치는 우리 영화에선 통역관으로 나왔는데 실제로 간수였던 그는 안 의사의 애국정신과 인품에 감복해 평생 존경하며 기렸다. 실제 일본인 배우가 연기했다. 이토 히로부미를 연기한 '일본 뮤지컬계의 정성화' 재일교포 배우 김승락과 안중근을 뒤쫓는 일본 순사 역의 한국배우 김중희만 일본인 역을 한 한국인이다. 또 안중근 의사만큼 큰 역할을 한 독립운동가 대부 최재형도 알리고 싶었다.
―안중근이 아내에게 바가지를 긁히는 등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려 애썼는데, 다소 튄다는 반응도 있다.
▲안중근도 평범한 가장이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부부는 다 비슷하다. 저도 잔소리 듣고 산다.(웃음) 우리 영화에서 설희(김고은)와 마진주(박진주) 남매만 허구의 인물이고 나머지는 다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했다. 유동하(이현우)는 실제 17살이었고, 조도선(배정남)은 러시아인 아내를 둔 세탁소 주인이자 명사수였다. 아내와 키스신을 그저 재미로 넣은 게 아니다.
―'영웅' 제작진 이름으로 독립운동가 후손 거주 개선을 위한 성금을 냈다.
▲영화 찍으면서 애국심이 커졌다. 명성왕후에 대한 평가를 떠나서 한 나라의 왕후를 군인도 아닌 시정잡배들이 난도질하고 심장을 태우고 더한 짓도 했다는 자체에 분노가 일었다. 나라가 힘이 없으면 너무 험한 일을 당한다. 나라가 힘이 있어야 한다.
―CJ ENM 스튜디오스 대표가 된지 한 6개월 됐다.
▲글로벌이 목표다. 영화 중에선 제가 연출하는 K팝 소재 영화가 1호다. '인터스텔라'의 린다 옵스트가 프로듀서고 CJ ENM과 공동제작한다. 요즘 K팝 열심히 듣고 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