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등기업무에 부산법무사 패싱…지역 상생 '찬물'
2022.12.26 18:26
수정 : 2022.12.26 18:26기사원문
부산지방법무사회는 26일 "3000세대가 넘는 대규모로 새로 짓는 A아파트 재건축조합 측이 등기업무를 맡은 법무사를 선정하는 입찰기준을 지나치게 높게 제시, 지역업체 진입을 원천봉쇄했다"고 밝혔다.
이에 해당 A아파트 재건축조합 측에 지역 법무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청하는 한편 건축허가를 담당하는 부산시와 수영구에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는 불공정행위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촉구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아파트 재개발·재건축을 시행하면서 조합 측이 보존등기(부동산 소유권의 보존을 위해 하는 등기)와 소유권 이전등기를 대리 신청해줄 법무사법인을 입찰을 통해 선정하고 있다.
부산지방법무사회는 부산에서 사무소를 운영하는 500여개의 법무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단체다.
이들은 이번 A아파트 재건축조합이 공개한 심사기준을 보면 지역 법무사법인 참여를 원천 배제하고 서울의 일부 대형 법인만 참여할 수 있는 자격으로 한정된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심사배점표에 따르면 법무사법인의 3년간(2019~2021년) 매출액 합계가 100억원 이상이어야 최고점인 10점을 받을 수 있다. 임직원 수도 30명 이상 돼야 10점을 준다는 것이다.
부산에는 이 같은 규모를 갖춘 법인이 한곳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부산지방법무사회의 주장이다.
결국 해당 A아파트 재건축조합 측이 등기업무를 맡을 법무사 입찰을 진행하면서 선정 기준을 지나치게 높게 제시, 지역 업체가 진입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부산지방법무사회 관계자는 "건당 100만원 이하인 수임료 수준과 법적으로 법무사 1명당 사무원 5명만 고용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3년간 매출 100억원, 30명 이상의 임직원이란 조건을 충족하는 곳은 서울의 일부 대형 합동 법무사법인 외에는 전국적으로도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부산지역 업체도 업무를 맡을 수 있도록 선정 기준을 변경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이 관계자는 "부산지역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사업장마다 이처럼 서울에서 '게릴라식'으로 진입해 등기업무를 독식할 경우 지역 상생가치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사후관리 측면에서도 입주자들의 불편이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건축·재개발사업 관련 등기업무가 비교적 쉬워 법인 규모를 따질 필요가 없는데도 접근하기 힘든 심사기준을 악용, 부산지역 법무사들을 배제하는 것은 결국 업계를 고사 위기로 몰아넣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 같은 입찰내용에 대한 대의원회의 추인 절차 등을 앞두고 있는 A아파트 해당 조합 측은 현재까지 사업규모를 고려해 기준을 정했을 뿐이라는 입장만 보이고 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