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2m무인기에 '서울 상공 뚫렸다' 軍, 내일 국회에 보고(종합)

      2022.12.27 14:07   수정 : 2022.12.29 14:2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26일 오전 10시 25분경부터 경기도 일대에서 북한에서 발진한 무인기 5대가 26일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우리 영공을 침범하는 항적이 포착됐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 당국은 이들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을 포착한 뒤 즉각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실시했으며, 즉각 전투기와 공격헬기 등 대응전력을 투입해 5시간여에 걸쳐 작전을 펼치며 100여 발을 사격했지만 격추하진 못했다고 알려졌다.

북한 무인기의 우리 영공 침범이 군 당국에 공식 확인된 건 지난 2017년 6월 이후 약 5년6개월 만이다.



특히 이 가운데 1대는 경기도 파주·김포를 지나 은평구 등 서울 북부 지역 상공까지 약 3시간 동안 비행하다 북한으로 돌아간다. 나머지 4대는 인천 강화 일대 상공을 배회하다 우리 군의 탐지 범위 밖으로 벗어났다.


북한 무인기 남하 및 우리 군의 대응에 따라 김포·인천국제공항에선 오후 1시18분부터 항공기 이륙이 중단됐다가 오후 2시6분을 기해 해제됐다.

군 당국은 이날 MDL을 남하한 북한 무인기가 지난 2014년 국내에서 발견됐던 것과 크기(날개폭 1.9~2.5m, 동체 길이 1.2~2m 등), 무게(12~15㎏) 등이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들 북한 무인기에 항공촬영을 위한 광학장비나 공격용 무기가 탑재됐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이날 오전 우리 공군의 KA-1 경공격기(전술통제기)가 북한 무인기에 대한 대응 출격 중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39분쯤 원주기지(제8전투비행단) 소속 KA-1 1대가 기지를 이륙한 뒤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 반곡리 일대 밭에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KA-1 조종사 2명으로 비상탈출에 성공했으며, 이들 조종사는 다행히 큰 부상을 입진 않은 상태에서 소방당국에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은 이번 북한 무인기 대응에 참가한 각급 부대에 대한 현장 방문을 통해 작전 전반에 대한 조치 경과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합참의 점검 결과 또한 28일 국회 국방위 회의 때 함께 보고될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매뉴얼에 따라 이번 북한 무인기 대응 작전이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작전 시행 초기 공군과 육군 등 각급 부대 간에 원활한 업무협조가 이뤄지지 않았단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의 이번 국방위 현안보고에서도 그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예상된다. 국방위 현안보고엔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김승겸 합동참모본부의장 등 군 수뇌부가 참석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신종우 한국국방포럼 사무국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 군이 이미 국산화해 배치를 완료한 저도도 탐지레이더의 RCS(Radar cross section, 레이더 반사율=전자기파가 어떤 물체에 반사되는 비율) 값을 2m 이하로 낮추면 레이더에선 온갖 물체들이 포착되며 이때 '필터링' 기술을 적용하면 새 떼와 드론과 같은 인공적인 무인기 등은 비행특성이 달라 자동으로 이를 걸러 레이더 관제사에게 표적을 알려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신 국장은 "어제 북한이 기습적으로 우리 지역으로 남하해 침투한 여러 대의 무인기의 이상항적은 (우리 군 레이더망에) 즉각 발견, 포착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기습적으로 내려온 항적에 대해 '초기판단'이 필요했던 것으로 육안 식별을 했을 때 북한의 소형 드론이 조악한 형태로 보아 공격용은 아니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군은 통상 표적을 기관포나 로켓으로 맞출 수 있을 경우에도 낙하물이 민가에 떨어지는 피해가 더 크게 날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것이다. 북한 드론의 격추여부는 군에서 판단한 것이지만 군이 격추하지 못한 것은 아닐 것이라는 얘기다.

30mm 기관포 같은 경우는 근접신관에 의해서 목표물 상공 근처에서 폭발해 일정 범위로 파편이 퍼지면서 목표물을 타격하는 형태로 드론 같은 경우 파편하나로도 격추되지만 그 과정에서 일부 파편물이 지상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어 신 국장은 "민간인 거주지역 상공에서 로켓을 쏴서 명중시켰다면 로켓탄의 파편을 민간인의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어 북한 드론의 격추는 군 당국 판단의 문제이지만 드론을 격추하지 못해 '군의 대응이 부적절'했다거나 '안보에 구멍이 났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과거와 달라진 점은 북한의 소형드론에 대해 탐지하고 놓치지 않았다는 것, 예전에 북한의 드론이 MDL을 넘어 남하하면 그 자체를 레이더로 탐지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2m 이하급까지 포착·탐지하는 저고도 레이더망이 갖춰져 있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군이 북한의 소형드론의 침투에 대해서 대책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드론 자체는 저속으로 격추 자체는 손쉬운 편이지만 이번에 남하한 드론은 조잡한 비행특성상 비행속도가 달라(느려) 우리 공군전투기론 격추가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북한의 드론 도발에 대한 대응은 코브라헬기부터 저속 KA-1을 동원한 것으로 미루어 충분히 격추가 가능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방향으로 사격하면 북한 MDL를 넘어갈 우려가 있는 등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국장은 다만 "아쉬운 점은 최초 북한의 소형 드론 항적을 포착하고 종합적인 판단과 확인과정을 거치면서 (격추여부를 즉각 결심하는) 최종결심이 늦었을 수 있다"면서 "그 과정에서 민간지역까지 드론이 내려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국장은 "북한이 이번에 내려보낸 드론은 북한이 실전용으로 개발을 완료한 것으로 추정되는 국방과학발전전람회에서 공개한 다양한 크기와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형태의 군사용·실전용으로 쓰이는 무인기 3종과는 다른 것으로 관측되며 육안 식별이 가능한 것으로 미루어 과거 삼척, 백령도에서 넘어온 조잡한 수준의 형태로 중국에서 상용으로 쓰이는 무인기를 카피한 종류로 추정되며 군사적 목적보다는 우리의 대응능력을 테스트하는 '간 보기' 성격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이번 무인기 도발은 김승겸 합동참모의장이 지난 16일 경기도 북부에 위치한 육군 제3보병사단 방공진지를 찾아 무인기 방공태세를 강조한 지 불과 열흘 만에 발생했다.

당시 김 의장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보듯, 현대전에서 드론·무인기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북한의 무인기 위협도 고도화되고 있다"며 "적 무인기 위협을 철저히 분석해 대비하고, 적 무인기 도발시 작전수행절차에 따라 철저한 대비태세를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우리 군도 비례성 대응 원칙에 따라 인근 및 이북 지역으로 유·무인 정찰기를 투입해 북한군 주요 군사시설을 촬영하는 등의 '상응조치'를 취했다. 우리 군의 군단급 무인 정찰기 '송골매' 2대는 MDL 넘어 북한 지역을 정찰하고 돌아왔고, 유인정찰기 '백두' '금강'도 MDL 근처까지 비행했지만 북한은 저고도 탐지 레이더망이 없어 우리 유·무인 정찰기를 전혀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이 정찰기를 북한 지역 상공으로 보낸 사실을 공식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7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개최된 제57회 정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북한 무인기들이 전날 우리측 영공을 침투한 것과 관련해 "지난 수년간 우리 군의 대비태세와 훈련이 대단히 부족했음을 보여주고 더 강도 높은 대비태세와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확인해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17년부터 드론에 대한 대응 노력과 전력 구축이 제대로 되지 않고 훈련이 아주 전무했다는 것을 보면, 북한의 선의와 군사 합의에만 의존한 대북정책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우리 국민들이 잘 봤을 것"이라면서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을 감시 정찰할 드론부대 창설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어제 사건을 계기로 해서 드론부대 설치를 최대한 앞당기겠다.
최첨단으로 드론을 스텔스 화해서 감시 정찰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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