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공장 다시 멈춘다..코로나 폭발에 '셀프 셧다운'
2022.12.28 05:00
수정 : 2022.12.28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현지 공장의 생산 차질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백신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대규모 인명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방역 규제를 풀면서 경기 회복에 집착하는 상황이다.
생산 어려워, 설 휴가 미리 시작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지난 24일부터 중국 상하이의 공장 가동을 멈췄다. 관계자는 테슬라가 성탄절인 25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공장을 멈출 계획이었다며 중단 기간을 하루 더 늘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외신들은 테슬라가 성탄절 이후 연말까지 한 번에 쉬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며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기업들도 공장 가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주 중국 경제매체 정취안르바오는 광둥성과 저장성, 산둥성의 섬유 및 염색 기업의 약 60%가 이달부터 미리 설 휴가에 들어가 약 2개월 동안 가동을 멈춘다고 보도했다. 중국 설 명절(춘제)의 공식 연휴 기간은 2023년 1월 21~27일까지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 역시 26일 장쑤성의 일부 가구공장들이 조기 춘제 휴가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중국 최대 전기차업체 비야디(BYD)의 리안 유보 수석 부사장은 지난 22일 광둥성 선전의 한 포럼에서 이달 일일 생산량을 2000~3000대 정도 줄인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이 생산에 큰 차질을 주고 있다"며 "직원의 20~30%가 병으로 집에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출근을 못하는 노동자가 늘어나기도 했고 공장 주문이 크게 줄어 장기 휴무로 인건비를 줄이려는 업체가 많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노동력 확보에 비상이다. 상하이 당국은 이달 25일부터 다음달 27일까지 전자상거래 및 우편 택배 근무자에게 시와 구 재정을 동원해 하루 60위안(약 1만1000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동시에 노동력 보전을 위해 고향에 돌아간 노동자가 상하이로 돌아오는 전세 귀성 차량 비용의 절반을 당국이 부담할 예정이다.
사망자 150만명 육박할 수도
현재 중국의 코로나19 확산 속도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반정부 시위 이후 3년간 유지하던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을 포기했으며 그 이후 신규 환자를 감당하지 못해 고민중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7일부터 정기 전수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중단했고, 14일부터는 무증상 감염자 통계를 발표하지 않았다. 25일부터는 일일 신규 확진자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지난 25일 공개된 중국 쓰촨성 보건당국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쓰촨성 응답자 15만8506명 가운데 약 63%가 PCR 및 항원 검사에서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겪었다고 답했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23일 보도에서 22일 인터넷에 유출된 중국 중앙정부 회의 문건을 인용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2억4800만명의 중국인이 감염됐으며, 이는 중국 전체 인구의 17.56%를 차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7일에 마카오대학과 미 하버드대학의 공동연구를 보도했다. 지난 22일 의학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메드아카이브'에 공개된 논문에 따르면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을 경우 3개월 안에 중국 인구의 대부분인 12억7000만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될 전망이다. 아울러 6개월 이내에 149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
이미 현지에서는 의료 체계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27일 홍콩 매체인 명보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으로 중국의 120 응급 전화(한국의 119 전화)에 걸려온 구조 요청 전화는 전주보다 33.5% 증가했다. 베이징에서는 지난 9일에 평상시보다 6배 많은 구조 전화가 걸려왔다. 외신들은 중환자실이 가득 찼다며 장례식장과 화장장 역시 자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국 광저우 당국은 25일 발표에서 다음달 10일까지 장례식을 중단하고 화장만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경제 살리기에 급급한 당국
마카오·하버드 대학 연구팀은 중국 정부가 인구 90% 이상에게 전령리보핵산(mRNA) 백신을 3회 접종해야한다고 권했다. 동시에 코로나19 환자의 75%에게 미 화이자가 개발한 먹는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를 제공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90%를 넘겼으나 추가접종(부스터샷)률은 낮다. 또한 중국은 전통적인 바이러스 벡터 기술로 자체 개발한 백신을 접종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1일 브리핑에서 중국 백신의 예방률이 50% 수준으로 낮다며 화이자나 모더나가 개발한 mRNA 기반 백신을 접종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화이자와 모더나는 백신 수출로 중국에 진출하려 했지만 중국 정부가 시장 개방 조건으로 기술이전을 요구하여 협상을 이루지 못했다. 화이자는 지난 14일에야 백신 대신 팍스로비드 수출 계약을 성사했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산이 다음 달에 정점을 찍은 뒤 다시 약화된다고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26일 발표에서는 다음달 8일부터 중국에 입국할 때 필요한 격리 조치를 해제한다고 알렸다.
올해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심각한 경기 위축을 경험한 중국 정부는 봉쇄 대신 집단면역을 추구하는 '위드 코로나'로 경기 회복을 노리고 있다. 중국 중앙재경위 판공실의 인옌린 부주임은 24일 온라인 포럼에서 "감염병 예방·통제 정책을 최적화함에 따라 사람과 물류의 이동이 원활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사회와 경제 각 분야의 회복이 가속화하면서 경제가 빠르게 활력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7일 미 경제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정학적 위험과 코로나19 문제로 중국 내 생산 활동이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를 중국의 대체 국가로 꼽았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