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조금 왜 조사하나 했더니..지원금으로 김정은 신년사 학습, 돈 빼돌리기도

      2022.12.29 07:49   수정 : 2022.12.29 07:4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대통령실이 시민단체 등 비영리 민간단체의 정부 보조금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지난 5년간 지원 단체와 액수가 크게 증가한 반면, 관리는 부실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28일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발표하면서 부정 수급 및 목적 외 사용 사례들도 함께 공개했다.



여성가족부가 지급 받은 사업비가 반정부 집회 주도 단체에 흘러 들어간 사례는 지난 10월부터 논란이 되어 왔다. 여가부가 ‘종교·정치적 색채를 갖는 동아리 지원 불가’를 사전에 명시했으나, 촛불중고생시민연대 소속 5개 동아리는 지원 단체로 선정된 후 지원금을 받고 반정부 집회를 주도한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중고생들이 촛불을 들게 한 것에 정부 지원금이 나간 게 어떻게 됐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시작했다”며 “정부 지원금이 도대체 어떤 식으로 사용되는지 그 집행 실태, 규모 등을 조사하다 보니 아무도 관리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피해지원사업에 지급된 보조금이 엉뚱한 곳에 사용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와 경기도, 안산시가 공동으로 2017년부터 6년간 110억원을 지원한 세월호 피해지원사업이 그 취지와 상관없이 북한 김정은 신년사 학습, 김일성 항일 투쟁 세미나 등에 사용됐다. 세월호 유족이 아닌 별도의 소규모 단체에서 사업비를 전국 관광지나 펜션 여행 등에 사용한 사례도 적발됐다.

사회적경제와 공유경제를 추진하는 공동체창의네트워크는 출석부 조작 등으로 허위문서를 작성한 뒤 지자체에 보고했다. 공동체창의네트워크에 지원된 보조금은 4억9000만원으로 현재 2억1000만원이 환수될 예정이다.

청소년 모바일 상담사업을 하는 동서남북모바일커뮤니티에는 48억원이 지원됐으나 8억9000만원이 환수됐다. 이 단체에서는 상담 참가 인력을 부풀려 인건비를 과다수급하고 허위 용역비 지급한 사례도 있었다.

대통령실은 현재 드러난 문제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것으로 보고 내년 3월까지 정부 전체 민간단체 보조금 지원 현황을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보조금을 사업자 계좌로 선지급한 후 사후 증빙은 전산 입력이 되지 않고 수기로 관리하는 실정이라 부정 소지가 크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중고협 사례처럼 상위 사업자가 아닌 2, 3차 하위 사업자의 경우에도 관리될 수 있도록 ‘온라인 관리 시스템’을 내년 말까지 구축하기로 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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