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불길 번지더니 불똥이 비처럼..방음터널 화재 왜 피해 컸나

      2022.12.30 07:14   수정 : 2022.12.30 07:5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29일 오후 1시 49분경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이 삽시간에 수백m까지 번져 4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날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망자 수는 5명, 부상자는 안면부 화상 등 중상 3명, 단순 연기흡입 등 경상 34명으로 파악됐다. 사망자 상당수는 불길과 짙은 연기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차 안 또는 주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순식간에 터널 전체가 불길에 휩싸인 이유는 무엇일까. 대다수의 목격자들은 플라스틱 소재의 방음벽에 불길이 옮겨붙은 후 다량의 연기와 함께 빠르게 번졌다고 주장한다. 소방당국 역시 방음터널에서 발생한 화재가 강풍을 타고 지붕에 옮겨붙어 피해가 커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방음터널은 철제 H빔으로 만들어진 구조체를 플라스틱 일종인 폴리카보네이트(PC) 또는 폴리메타크릴산 메틸(PMMA, 아크릴)로 덮어 만든다. 불이 난 방음터널은 PMMA 소재를 이용해 2017년 8월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PC에 비해 다소 저렴한 PMMA는 인화점이 약 280℃로 약 480℃인 PC보다 낮아 화재 위험성이 더 높다.
또 연소할 때에는 이산화탄소와 일산화탄소, 메탄 등 유독 가스도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PMMA 소재가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열기에 강한 '방염'소재가 맞지만, 불연 소재는 아니기에 고온의 열이 장시간 가해질 경우 불에 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플라스틱류 소재는 불이 붙으면 목재의 다섯 배가 넘는 열을 내뿜어 불이 더 빨리 번진다. 이 과정에서 유독가스도 배출돼 이번 사고처럼 인명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설치 관리 기준을 강화해 화재에 취약한 소재를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이 2018년 낸 '고속도로 터널형 방음시설의 화재안전 및 방재대책 수립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투명 방음판(아크릴, 폴리카보네이트, 접합유리) 중 화재 실험에서 화염 전파가 가장 빠른 물질은 아크릴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아크릴이 화재로 재료가 녹아 바닥으로 떨어진 뒤에도 굳지 않고 지속적으로 연소되는 특성이 있어 방음터널에서 차량 화재가 발생할 경우 다른 차량까지 2차 화재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번 화재는 고속도로를 달리던 버스와 트럭 간 추돌사고가 발생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때 트럭에서 발생한 불이 방음터널로 옮겨붙어 순식간에 확산된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 초기 촬영된 영상을 살펴보면 불이 난 구간은 갓길을 포함해 왕복 8차선 도로로 모두 화염에 뒤덮였다. 천장 쪽으로는 채 빠져나가지 못한 유독가스들이 가득 차 있고, 지붕은 불길에 녹아 불꽃과 함께 도로로 흘러내렸다.

또 불이 삽시간에 수백m까지 번진 탓에 전체 길이가 800여m에 달하는 터널 내에는 40여대의 차량이 고립됐다.

일각에서는 방음터널이 4면이 밀폐된 터널 구조임에도 일반 터널로 분류되지 않아 안전관리에 빈틈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소방법상 방음터널은 일반 터널이 아니어서 옥내 소화전 등 소방 설비 설치 의무가 종종 면제된다.
국토안전관리원 기준으로도 터널에 해당하지 않아 시설물 안전점검 및 정밀안전진단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한편 사고가 발생한 방음터널 입구 인근에는 사고 발생 시 추가 차량 진입을 차단하는 '터널 진입 차단시설'이 설치돼 있었지만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 당국은 사고 수습을 끝마치는 대로 해당 시설이 작동하지 않은 경위에 대해 살펴볼 계획이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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