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어제 3월 이어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비행시험 성공" 극비리 진행(종합)
2022.12.31 05:00
수정 : 2023.01.01 13:32기사원문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발사계획은 보안상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인 29일 대전 소재 ADD 방문 당시 관계자들로부터 이번 시험계획을 직접 보고받고, 이날 30일 국방부와 국가안보실 등 안보 관련 부서 내에서도 극소수 인사들에게만 공유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항행경보에 따르면 당초 국방과학연구소(ADD)는 26~29일 중 시험발사를 시도할 계획이었으나 당시 서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들의 낙탄 피해 가능성 때문에 날짜를 연기해 30~31일로 다시 잡았고, 이날 오후 기상여건이 맞아 시험 발사를 실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력한 대북 메시지, 발사체 450㎞ 고도 도달...우주기반 감시정찰력 확보 '청신호'
특히 이번 시험은 핵·미사일 위협을 거두지 않고 있는 북한을 향해서도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시험은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안흥시험장에서 오후 6시께 진행했다. 첫 시험 발사 때와 마찬가지로 대형 고체 추진기관, 페어링 분리, 단 분리, 상단부(Upper stage) 자세제어 기술을 확인했으며 추가 기술 검증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시험에서 가장 하단인 1단 분리 시험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개발이 상당히 진행돼 이런 속도라면 내년 중에 1단을 포함해 위성을 탑재한 채로 시험 발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군 소식통은 전망했다.
국방부는 30일 "우주안보·경제시대에 맞춰 독자적 우주 기반 감시정찰 분야 국방력 강화를 위해 고체연료 추진 방식의 우주발사체 비행시험을 했다"고 밝혔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발사된 발사체는 450㎞ 고도까지 도달해 독자적 우주기반 감시정찰력 확보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 군이 지난 3월 30일 충남 태안 소재 국방과학연구소(ADD) 종합시험장에서 이뤄진 첫 시험 이후 9개월 만에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시험발사에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해 7월엔 고체 연료 추진 기관에 대한 연소시험에 성공한 바 있다.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후 개발 속도 가속... 민간 산업과 군사적 동시 효용성 커
이날 2차 시험 성공은 또 과거 고체연료 기반 발사체 사용을 제한해온 '한미 미사일 지침'이 지난해 5월 한미정상회담 계기로 종료되면서 국방부와 ADD 주도로 개발에 속도가 붙은 데 따른 결과물로 평가된다.
고체연료 추진방식을 적용한 발사체는 액체연료 방식에 비해 연료 보관·주입과 발사과정에서 시간적·물리적 제약을 거의 받지 않으며 액체연료 추진기관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간단한 구조여서 대량 생산도 쉽다. 소형 인공위성이나 다수의 초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리는 데 적합하다. 또 위성발사용 우주로켓에 위성체 대신 탄두를 실으면 곧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되기 때문에 상당한 군사적 효용성을 갖는다.
국방부는 "향후 몇 년 간 개발과정을 거쳐 성과를 내도록 하겠다"며 "우리 군은 우주를 포함한 국방력 강화에 계속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군 당국은 오는 2025년까지 초소형 정찰위성 발사체를 고도 수백㎞ 상공의 지구 저궤도에 올려 대북경계·감시에 활용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고체 추진 기술로 소형위성 또는 초소형위성을 다수 발사해 군집 위성을 운용하면 한반도 전역의 실시간으로 감시가 가능할 전망으로 북한의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 등 북한 전력의 움직임을 손금 보듯 파악해 '킬체인'의 핵심인 탐지와 조기경보 능력의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해당 기술이 민간에 이전되면 관련 산업으로 파급 효과도 예상된다.
■북한 고체연료 로켓엔진 개발... MRBM 쏘면서 정찰위성 개발 시험 주장
북한도 고체연료 방식의 로켓엔진을 사용하는 ICBM도 개발 중인 상황이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 18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실시했다는 '군 정찰위성 시험'에 대해서도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발사'란 평가를 유지 중이다. 군은 북한이 올 2~3월 이른바 '정찰위성 개발 시험'를 주장했을 때도 신형 ICBM '화성-17형' 개발의 일환으로 평가한 바 있다.
합참은 이날 오전 11시13분경부터 오후 12시05분경까지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 MRBM은 고각으로 발사돼 약 500㎞ 가까이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 일본 방위성이 분석한 북한 미사일의 최고 고도는 약 550㎞다. 해당 미사일은 약 500㎞를 비행한 후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외각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에 대해 19일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단계 중요 시험을 했다고 보도하면서 미사일 발사 사진과 함께 내년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내겠다면서 용산 대통령실 일대 등 서울과 인천항을 촬영한 위성사진도 공개했다. 하지만 이는 정찰위성 사진이라기엔 조악해 트릭일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북한은 노동신문 등 매체들은 16일 "국방과학원 중요연구소에서는 15일 오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우리나라(북한)에서 처음으로 되는 140tf(톤포스=즉 140톤의 무게를 밀어 올릴 수 있는 추진력) 추진력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모터·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1만5000km '화성-17형' 신형 ICBM은 80tf 추력의 엔진 2개를 클러스터링한 160tf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형 고체연료 ICBM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도 분석된다.
■우주발사체 시험비행에 'UFO 대소동'…한시간만에 119신고 412건 놀란 가슴 쓸어내려
이런 가운데 30일 저녁 우리 군이 쏴 올린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 궤적 등으로 인해 무지개색 섬광과 솟구치는 정체불명의 물체가 나타나자 전국 각지에서 목격되면서 이날 오후 6시쯤부터 퇴근길 시민들이 크게 놀라 경찰과 소방 당국에 온갖 추측이 난무하는 신고 전화가 잇따랐다.
특히 최근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하는 등 북한의 도발이 이어진 상황에서 "하늘에 연기가 있다" "조명탄이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쏜 거 아니냐" "전쟁이 난 것 아니냐' "UFO가 아닐까" 등의 우려와 추측도 쏟아졌다.
퇴근 길 시민은 가던 길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사진을 찍어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 등에 목격담과 함께 사진을 공유했다. 트위터에서도 '무지개색', '자연현상', '전국각지' 등의 트윗과 함께 사진과 동영상이 빠르게 공유됐다.
소방청에 따르면 대부분의 시·도에서 신고가 접수돼 이날 오후 6시5분부터 약 한 시간 동안에만 총 412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경기 118건·강원 99건·서울 48건·충남 26건·충북 25건·인천 25건·경북 24건·경남 22건·대구 7건·전남 6건·울산 5건·대전·창원 각 3건· 전북 1건 등이었다. 경찰청 112상황실 관계자도 "전국적으로 다수의 신고가 들어왔다"고 전했다.
시민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건 오후 6시50분 무렵 국방부가 "우리 군이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히면서해소됐다.
하지만 트위터 이용자 가운데는 "우리나라에서 쏜 거면 다행이지만 이런 식으로 전국 각지에서 보일 정도면 미리 언질이라도 하든지, 미공개여서 말을 못 했으면 바로 재난 문자를 보냈어야 하든지 해야 했던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등 예고 없는 시험비행에 불만을 드러내는 시민도 있었다.
국방부는 "비행시험 전 발사경로와 관련 있는 영공 및 해상안전에 대한 조치를 하였으나, 군사보안상의 문제로 인해 모든 국민들께 사전 보고드리지 못하였다"며 "우리 군은 우주를 포함한 국방력 강화에 계속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