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韓 소·부·장 독립 앞당겼다

      2023.01.02 18:20   수정 : 2023.01.02 18:2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4년 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는 결과적으로 한국에 기회가 됐다. 수출규제 충격을 계기로 한국 반도체 산업은 3대 핵심소재 개발에 연이어 성공, 맷집을 더욱 키웠기 때문이다. '산업의 쌀'인 반도체 산업은 코로나19 이후 국가 경제안보의 자산이자 무기로 부각되면서 그 중요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우리 반도체 산업이 공급망 위기에 버텨내기 위해선 소재는 물론 장기적으로 부품·장비 국산화를 통해 90% 이상인 수입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분석이다.

■일본산 불화수소, 4년 만에 90% 줄어

2일 반도체 업계 및 관세청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2019년 7월 일제 강제징용과 관련한 우리 대법원의 판결을 문제 삼아 핵심 반도체 품목에 해당하는 불화수소,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 등에 대한 수출규제를 시작했다.

지난해 11월까지 일본에서 수입한 반도체 제조용 불화수소의 수입중량은 2902t, 수입금액은 713만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수입중량은 51.19%, 수입금액은 35.88% 각각 감소한 수준이다.

2018년 3만8339t에 달했던 일본산 불화수소 수입량은 수출규제가 시행된 2019년부터 1만9836t, 2020년 4943t까지 떨어졌고 2021년 6628t으로 소폭 올랐다가 지난해 또다시 곤두박질쳤다.
수출금액 역시 2018년 6686만달러에서 2022년 713만달러(11월 누계)로 무려 89%나 쪼그라들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수입 상위 10대 소재 품목 중 특정국 수입의존도가 50% 이상인 국가 수는 2010년 6개에서 2021년 3개국으로 감소했다.

반도체 소재 수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브로큰웨이퍼·실리콘웨이퍼의 수입액은 단가 상승과 수요 확대로 증가했지만 일본에 대한 수입의존도는 2010년 51%에서 2021년 41%로 10%p 줄었다.

한국의 반도체 소재(18개 품목) 수입액은 2010년 이후 연간 80억달러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수출액은 41억달러에서 64억달러로 소폭 확대됐다. 이에 따라 반도체 소재의 무역수지는 2010년 40억달러 적자에서 2021년 19억달러로 적자 규모가 축소됐다.

소재 수입은 과거 일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나 최근 중국 등으로 다변화하는 추세다. 2010년 한국의 반도체 소재 총수입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48.1%에 이르렀지만 2021년에는 35.2%로 12.9%p 줄었다. 같은 기간 중국은 12.7%에서 24.2%로 11.5%p 늘어났다.

■3대 소재 모두 국산화, 머쓱해진 日

일본의 수출규제 시행 이후 우리 정부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기업들은 수입다변화와 동시에 반도체 공급망 자립을 위한 국산화에 주력했다. 그 결과 일본 수출규제 3대 품목인 불화수소, EUV 포토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 모두 국산화하거나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폴더블폰 디스플레이에 쓰였던 불화폴리이미드는 초박막경량유리(UTG)로 대체됐다. 삼성전자가 성능과 안정성을 고려해 불화폴리이미드 대신 UTG를 폴더블폰에 적기 적용한 것이다.

마지막 남은 EUV 포토레지스트도 최근 삼성전자의 반도체 협력사인 동진쎄미켐이 개발에 성공, 반도체 양산 라인에 적용하는 성과를 거뒀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 이전까지는 반도체 대기업들이 신뢰도와 품질이 검증된 일본 제품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국산 제품을 개발하고 테스트하려는 노력조차 없었다"며 "하지만 수출규제 이후 국가산업이 흔들리고, 수입다변화 필요성을 깨닫자 급속도로 소재 국산화가 진전됐다"고 했다.

외교가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는 감지된다. 정부 한 관계자는 "이제는 양국 논의 테이블에서도 수출규제 문제는 크게 안 다뤄질 정도다. 그만큼 우리 반도체 소재 공급망이 안정화된 것"이라고 전했다.

■소부장 90% 수입, 언제든지 공급망 위기 온다

다만 국산화한 핵심소재의 사용 비중이 아직은 크지 않은 데다 전 세계 포토레지스트의 90%와 에칭가스 70%가량을 일본이 점유하고 있는 만큼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대일본 반도체 소재 의존도는 크게 낮아졌지만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상위 10대 수입국에 대한 의존도는 더 커지고 있다.


신성호 동아대 국제무역학과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반도체 소재의 경우 한국의 상위 10대 수입국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87.6%에서 지난해 상반기 93.7%까지 높아졌고, 부품은 같은 기간 83.5%에서 91.0%로 상승했다. 반도체 장비는 88.9%에서 96.6%로 확대됐다.


특히 네덜란드 수입에 100% 의존하고 있는 노광 장비와 미국과 일본 수입에 각각 70.8%와 25.5%를 의존하고 있는 이온주입기 등 국산화가 낮은 장비의 공급망 리스크는 여전한 것으로 분석됐다.

k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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