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풀어도, 집 못사요" 이도저도 망설이는 무주택자

      2023.01.06 05:00   수정 : 2023.01.06 11:1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 부모와 함께 살던 40대 초반 직장인 A씨는 거주 아파트 재건축으로 올봄에 독립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부모는 경기도 남양주 신축 아파트에 새 보금자리를 구했지만, 미혼인 A씨는 직장이 여의도여서 주변 지역에 살 집을 구하고 있다. 주택을 매입하자니 부동산시장이 하락세여서 더 떨어질 것 같아 망설여진다.

빌라왕 사건 등 깡통전세 우려도 크고, 월세는 매달 부담이 높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만 깊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으로 풀고 있지만 실수요자도 주택 매입이 어려운 부동산 빙하기는 이어지고 있다.
금리 인상기를 맞아 새해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처음으로 연 8%를 돌파하는 등 자금조달이 어려워진데 따른 것이다. 또 올해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면서 수요부진과 거래절벽 현상으로 집값 하락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으로 주택 매입도 꺼려지고 있다.

다가오는 봄 이사철을 앞두고 주거지 이동 요인은 늘어났지만 이같은 주택 매입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전·월세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빌라왕' 사망 사건 등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 피해도 늘어날 조짐이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월세로 내몰리는 실정이다.


부동산 규제 풀어도 거래실종 지속

6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해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으로 규제를 풀었지만 고금리와 주택가격 하락세 지속으로 부동산 빙하기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경기하락과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면서 주택 투자 수요는 물론 실수요자도 주택 매입을 쉽사리 결정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정부는 부동산 경착륙을 우려해 다주택자 세금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완화에 이어 청약, 전매제한, 실거주 의무 등 광범위하게 부동산 규제를 풀고 있지만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와 용산구만 빼고 규제지역을 모두 해제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종부세를 완화한데 이어 올해 보유세인 취·등록세, 양도세도 개편하기로 하는 등 부동산 연착륙을 위해 안간힘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5년간 2배로 급등한 주택시장은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처럼 아직 바닥이 어디쯤인지 가늠하기 어려워 선뜻 주택을 매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실수요자들은 내집마련을 포기하고 전·월세로 내몰리고 있다.

경제만랩의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분석을 보면 지난해 서울 주택 매매거래는 4만4957건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서울 주택 월세 거래는 25만670건으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이래 가장 많았다. 총 전·월세 거래는 50만9199건이다.


금리 고공행진..."빚내 집 못산다"

정부가 대출규제를 완화했지만 주담대가 새해 첫 8%대를 넘어서면서 '빚내 집사기'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시중은행들이 줄줄이 상단 8%대의 주담대 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은 새해 주담대 상품인 우리 아파트론 신규코픽스 기준 연 7.32∼8.12% 대출금리를 내놓은바 있다. 아직 다른 시중은행들은 6~7%대의 주담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기준금리 추가 상승 전망에 따라 향후 주담대 금리를 더욱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 매매가 어려워 전세를 알아봐도 '빌라왕' 사건 처럼 깡통전세 피해자가 될까봐 우려하고 있다. 빌라왕은 서울과 수도권 빌라 1139가구를 무자본 갭투기로 사들였다가 세입자들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사망한바 있다.

A씨는 "월세는 부담이 되서 주택이나 오피스텔 매매를 알아보고 있는데, 주변에서 집값이 더 떨어질 것 같다며 말리고 있다"며 "전세를 구하자니 깡통전세 우려가 크다. 몇 주째 부동산을 알아보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며 걱정을 드러냈다.

이처럼 봄 이사철을 앞두고 주거지를 옮겨야하는 처지가 된 실거주자들 고민은 어느때보다 깊다.
한미 금리인상 기조가 아직 꺾이지 않아 고금리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대출받아 집을 사기는 어렵다. 또 집값 하락으로 깡통전세 우려도 커지고, 월세로 이사할 경우 고물가에 생활비도 빠듯해 삶의 질은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올해는 이래저래 무주택자들의 고민이 깊은 한해가 될 전망이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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