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미 회사채 발행 급증...금리인하 기대감
2023.01.08 05:44
수정 : 2023.01.08 05:44기사원문
기업들이 지난 1주일 미국 회사채 시장에서 대거 자금을 조달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인하에 나서면서 금융여건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회사채 발행 급증을 불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이하 현지시간) 데이터 제공업체 딜로직 자료를 인용해 올해 첫 7일간 크레딧스위스(CS)부터 포드에 이르기까지 기업들이 미 회사채 시장에서 모두 637억달러(약 80조2600억원)를 조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말 마지막 5일 간 조달 규모 366억달러에 비해 배 가까이 늘었다.
금리인하 기대감
비록 지난해 1월 첫 주 회사채 발행 규모 731억달러에 비해서는 적지만 당시 기준금리가 제로금리였던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얼마나 고조돼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현재 연준 기준금리인 연방기금(FF) 금리 목표치는 4.25~4.5%에 이른다.
1년 전에 비해 자금 조달비용, 금리가 훨씬 더 높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시중 금리는 지난해 10월 고점을 찍은 뒤 하강하는 추세다.
미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9월에 정점을 찍고 10월부터 하강하고 있음이 확인된데 따른 것이다.
연준은 계속해서 강력한 금리인상 의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연준이 다음달 1일 0.25%p 금리인상으로 인상폭을 좁히고 올 하반기에는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중금리 기준물인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하락하고 있고, 이에따라 회사채 수익률 역시 동반 하락 중이다.
10년물 수익률은 6일 전일비 0.16%p 내린 3.567%로 떨어졌다.
투자등급 채권에 집중
앨라이언스번스타인의 미 고수익채권 부문 책임자 윌 스미스는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이 지금 수준을 한동안 지속하면 회사채 발행이 더 늘 것"이라면서 "수익률이 낮아졌을 뿐만 아니라 변동성 역시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스미스는 "금리 변동성이 높을 수록 회사채 발행이 적어진다"고 말했다.
지난 1주일 회사채 발행은 투자등급 채권에 집중됐다.
CS 같은 외국 은행들과 미 대기업들이 주로 발행에 나섰다.
고위험 고수익 채권은 포드가 발행한 것이 유일했다. 포드 회사채는 정크본드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브랜디와인글로벌의 고수익포트폴리오매니저 존 매클레인은 고수익 회사채 발행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이 이달말부터 다음달 1일 이틀에 걸쳐 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매클레인은 정크본드 같은 고수익 채권 발행은 금리인상에 더 민감히 반응하기 때문에 당분간 관망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침체 없다
회사채 수익률은 국채 수익률보다 더 떨어졌다.
회사채에 붙는 수익률 프리미엄이 지난해 10월 이후 하락세다.
이는 회사채 투자자들이 채권을 발행한 기업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낮아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올해 미 경기 둔화 강도가 우려했던 것보다 약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다.
냇앨라이언스증권의 국제채권 부문 책임자 앤디 브레너는 "채권시장이 주식시장에 다음과 같은 점을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면서 "채권시장은 '경기침체는 예상하지 않는다. 만약 경기침체가 있더라도 완만한 것이 될 것이다'라는 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