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한 청년농부들, '○○딸기' 상표부터 만들었다

      2023.01.10 05:00   수정 : 2023.01.10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 도시 생활에 지쳐 귀농을 결심한 30대 손모씨는 지난 2019년 정부 지원금을 받고 충청북도 보은으로 귀농해 호두나무 밭 등을 차렸다. 그의 귀농 생활은 매번 난관에 봉착했다. 주차를 두고 이웃과 다툼이 있는가 하면, 귀농 첫해에 농사로 손에 쥔 돈은 고작 2000만원 안팎이었다.

손씨는 호두 브랜드를 위해 상표 등록을 준비 중이지만 이 또 한 공유되는 지식이 없어 헤매고 있다.


최근 귀농·귀촌 인구가 폭증하고 있다.
장년층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도 귀농에 참여하면서 농산물이나 반찬 등 농산물가공식품을 상표로 출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도시생활을 경험한 귀농·귀촌인들이 농산물이나 가공식품 관련 지식재산권을 미리 확보해 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련 법이 미비해 국회에서는 법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귀농인구 30대 이하 청년세대 늘어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귀농가구수는 1만4347가구로 2020년 대비 14.9% 증가했다. 귀농가구주 중 60대가 36%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고, 30대 이하 귀농가구주도 10%를 차지했다.

귀농가구수가 늘어난 것과는 반대로 귀농·귀촌 준비기간은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2018년 27.5개월이었던 귀농 준비기간은 2020년 25.8개월, 2021년 22.9개월로 대폭 줄었다. 귀촌 준비기간도 2018년에는 21.2개월이었지만, 지난해 15개월로 감소했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지방으로 향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귀농이 지쳐 역귀농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손씨는 "주변 귀농인들 중에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급감해 다시 도시로 돌아간 사람도 많다"며 "지원 정책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의 유입에 따른 상표 출원 사례도 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농산물 및 농산물가공식품과 관련된 상표 출원 건수는 2014년 1만4613건에서 2019년 2만514건으로 40.4% 증가했다. 특히 귀농·귀촌이 크게 늘어나기 시작한 2017년 이후에는 연평균 15.4%씩 늘어나고 있다.

상표출원을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제외하고 지역별로 분석한 결과, 경북, 경남, 전북, 전남 순으로 출원건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역별 귀농 인구 비율(경북 18.7%, 전남 17.6%, 전북·경남 각 11.5%)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개인이 출원한 상표 건수를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30대 이하 청년층의 상표 출원 비율이 2015년 29.7%에서 2019년 39.6%로 증가한 것도 하나의 특징으로 분석됐다. 상대적으로 지식재산권에 대한 관심이 높은 젊은층의 귀농·귀촌이 늘어나면서 농산물 등과 관련된 상표 출원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상표 건수 늘었지만 정부지원은 '사각'

상표 건수는 늘고 있지만 정부 지원은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다. 현행법상 농어업인들의 상표출원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특허청 특허상담센터 공익변리 상담 대상에 농·어업인을 포함, 확대하는 ‘발명진흥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정 의원은 개정안에 농·어업인에게도 특허상담센터를 통한 무료 변리서비스가 제공되도록 해, 농어민의 산업재산권 출원을 활성화하는 한편, 농어촌의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했다.


정 의원은 "전통산업으로 분류되는 농수산물 분야에서 산업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상표 출원 역시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시대적 흐름에 맞춰 법안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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