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된 피아노, 소설과 만난 판소리... 공연계의 실험은 계속된다

      2023.01.09 18:24   수정 : 2023.01.10 12:24기사원문

올해도 공연계 '신작의 발견'은 계속된다. 지난 1일 개막한 뮤지컬 '청춘소음'(2월26일까지)을 시작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우수 신작 발굴을 위한 지원사업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이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이에 따라 무용 '헬로 월드'(13~15일)를 비롯해 음악극 '김재훈의 P.N.O'(14~15일), 전통예술 'RE: 오리지널리티'(14일), 창작오페라 '피가로의 이혼'(2월 3~4일), 연극 '노스체'(2월 3~12일) 등 6개 장르 28개 작품이 서울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에서 3월까지 순차적으로 개막한다.



■피아노의 예상 밖 변신, 해체와 재창조

음악 공연이자 실험극인 '김재훈의 P.N.O'는 우리에게 친숙한 악기 피아노의 예상 밖 변신이 주목된다. 앞선 쇼케이스에서 "신선하고 독창적이며, 새로운 관점의 스토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어릴적부터 피아노를 사랑했다는 음악감독 겸 연출가 김재훈은 어느날 당근마켓에서 피아노를 나눔한다는 게시글과 어느새 상가에서 사라진 피아노학원을 보다가 생각했다. "그 많던 피아노는 다 어디로 갔을까?"

지난 1년간 리서치를 통해 1900년대 부산항을 통해 조선에 들여온 피아노가 '국민악기'를 거쳐 지금은 어떤 모습인지 그 역사와 변화상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고 공연의 서사에도 반영했다. 공연은 피아노를 둘러싼 관계망을 살피고, 피아노를 해체한 뒤 이를 재료로 새로운 악기를 구성해가는 과정을 선보인다. 또 '물구나무 선 사자'라고 명명한 건반악기와 코끼리 울음소리가 나는 현악기 '엘리펀트 첼로' 그리고 피아노 의자로 만든 타악기 '터틀 체어' 등을 직접 연주한다.

김재훈 연출은 "단지 음악만 들려주는 게 아니라 인류가 완성했다고 생각하는 악기를 해체하면서 수없이 생겨나는 질문의 과정을 보여주는 공연"이라며 "철과 나무로 집을 짓고 무기를 만들며 피아노를 만드는 인간, 그것을 스스로 부수고 해체해 또다시 새로운 악기를 만드는 인간에 대해 질문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발상의 전환, 새로운 접근

전통예술 공연 'RE: 오리지널리티'는 "이거 참 좋은데,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라는 한 광고 카피처럼 동해안 무악의 매력을 오늘날 관객들에게 어떻게 하면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그 고민의 산물로 내놓은 작품이다.

홍성현 음악감독은 "시대의 흐름과 사회의 변화에 맞춰 '우리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라는 큰 물음이 있었다"며 "이에 무악의 특징인 원시성, 즉흥성, 관계성, 현장성을 객석 운용과 무대 디자인에 담았다"고 말했다. 객석과 무대의 거리를 아예 없앤 이 공연에서 관람객은 원하는 곳에서 보거나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며 공연 중 추임새나 감정도 가감없이 표출할 수 있다.

'판소리 쑛스토리-모파상 편'은 서양의 소설과 판소리의 만남이 눈에 띈다. 모파상의 단편 '보석' '콧수염' '비곗덩어리'를 각기 다른 콘셉트의 1인극으로 구성한 전통예술 공연이다.

연출과 작창을 맡은 박인혜는 "단편소설은 군더더기없는 간결함과 형식미가 있다"며 "단편의 그 미감이 판소리 대목이 갖는 형식미, 독자성과 닮은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오페라 '피가로의 이혼'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을 비틀었다. 이혼 위기에 몰린 20년차 부부와 동상이몽 연인은 서로 다른 시선과 생각을 드러내지만 결국엔 서로를 마주보게 된다.


연극 '노스체'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25년이 지난 현재를 다룬다. '재난이 지나간 자리'에 놓여진 '재난이 만들어낸 산물'을 통해 생명과 인간을 향한 근원적인 메시지를 탐구한다.
또 연극 '빵야'는 일본이 남긴 식민지 시대의 잔재인 장총 한 자루를 통해 우리 현대사의 아픔을 꿰뚫어본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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