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액 급증한 국민연금 개혁 머뭇댈 시간 없다

      2023.01.09 18:47   수정 : 2023.01.09 18:47기사원문
올해 국민연금 지급액이 5.1% 인상된다. 고물가 여파에 따른 24년 만의 최대 인상 폭이다. 지급액이 크게 오르는 만큼 고갈 시기는 더 빨라진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국민연금 재정추계 일정을 3월에서 1월로 당겨 개혁에 더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런 내용을 포함한 신년 업무보고를 했다.


2018년 재정추계에서 국민연금 고갈 시기는 2057년으로 추정됐지만 더 앞당겨질 게 확실하다. 물가상승세가 지속되면 지급액도 계속 늘어나고 연금 재정은 더 빨리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지급액은 물가상승률과 연동돼 있어 물가가 급격히 오르면 고갈 시기도 그만큼 당겨진다. 지급액이 늘어나면 받는 사람은 좋아하겠지만 재정은 타격을 받기 마련이다. 개혁을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국회에서도 연금특위를 구성해 개혁 방향을 논의 중이다. 재원 상태로 보면 '더 내고 덜 받는' 고강도 개혁이 필요하지만, 국민 수용성을 고려하면 '더 내고 더 받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국회와 정부는 재정적 지속가능성, 세대 간 공정성, 노후소득 보장을 개혁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정부는 투명한 정보공개, 적극적 의견수렴을 통해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국민의 연금개혁안'을 마련하겠다고 보고했다. 논의 과정을 공개하고 국민 여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미래세대도 동의하는 안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국회와 정부가 정한 개혁안 마무리 시점은 오는 10월이다.

개혁의 골든타임은 앞으로 1년이라고 본다. 저항과 반대가 따를 수밖에 없는 개혁은 정권 초기에 밀어붙여야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중반이 지나서 개혁 시늉만 하다가 중단하고 말았다. 더욱이 내년이면 국회의원 총선이 있다. 선거가 임박하면 표를 의식해 개혁이라는 말을 꺼내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1998년 9%로 오른 이후 25년 동안 제자리걸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18.2%의 절반 수준이다. 2006년 정부는 12.9%로 인상하는 방안을 제출했지만 국민감정을 의식한 여야가 폐기했다. 그만큼 민감한 문제다.

이제는 더 시간이 없다. 보험료 인상을 미루면 미룰수록 미래세대의 부담은 더 커진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보험료율 인상을 2030년으로 미루면 2040년엔 20.93%로 올려야 한다. 소득의 20%가 넘는 돈을 보험료로 내야 한다는 의미다. 지금의 청년세대가 수용하지도 않을 것이고, 감당할 수도 없는 요율이다.

총선 전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사실상 충분한 노후보장을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높이고 수령 나이를 늦추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무엇보다 국민적 합의 도달에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현 정부에서 개혁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그 뒤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혼란이 우리를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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