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수집 할머니 도운 ‘영등포역 군인’, 전역 앞둔 ‘말년 병장’이었다
2023.01.10 11:19
수정 : 2023.01.10 15:13기사원문
영등포역에서 폐지를 정리하는 노인을 망설임 없이 도운 모습이 우연히 포착돼 감동을 준 한 육군 말년 병장이 사단장 표창을 받는다.
사연은 이달 초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 한 영상이 제보되면서 알려졌다.
제보된 영상을 보면 한 노인이 폐지를 쌓아 올리다가 무게중심이 무너지면서 쓰러진 손수레를 힘겹게 세우려 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영상 제보자는 “오후 2시 30분쯤 영등포 근처 카페에 앉아 있었는데, 창문 너머로 폐지 줍는 할머니께서 폐지가 기울어져서 힘들어하고 계신 걸 보았다”며 “그런데 바로 어떤 국군장병 한 분이 다가오시더니 할머니를 도와주시는 걸 보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보자는 “날도 많이 추웠는데 망설임 없이 할머니를 도와드리는 모습이 너무 멋있으셔서 제보를 드린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영상의 주인공은 육군 32사단 소속 이석규(21) 병장이다. 이 병장은 다음 달 전역을 앞둔 ‘말년’ 병장이다.
해당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포상휴가는 이럴 때 주는 것이라고 배웠다” “사단장님 이 글 봐주세요” “휴가로 혼내주자” “휴가 나왔으면 1분 1초가 아쉬울텐데 기특하다” “이게 국가와 국민에 충성을 다하는 ‘육군’” “찾아서 포상휴가 주자” “멋진 청년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 병장은 부대 복귀 후 10일 육군 관계자를 통해 연합뉴스에 소감을 전했다. 그는 혹한기 훈련 중이어서 직접 전화 인터뷰에 응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장은 휴가에서 복귀하는 길에 카페에 들렀다가 폐지 정리로 힘들어하는 할머니를 목격했다며 “주변에서 도와주는 이가 없는 것 같아 뛰쳐나가 도왔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수호하는 군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인데 알려지니 쑥스럽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말년’ 병장의 경우 휴가 복귀 1~2일 후 전역하도록 일정을 조정하지만 이 병장의 경우 혹한기 훈련에 동참하기 위해 휴가 일정을 일부 조정해 이달 6일 부대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구나 피하고 싶은 혹한기 훈련을 자진해서 받은 것이다.
육군에 따르면 이 병장의 소속 부대는 휴가 중에도 솔선수범하는 군인정신을 실천한 이 병장에게 사단장 표창을 수여하기로 했다. 사단장 표창을 받으면 포상 휴가도 뒤따르지만 이미 전역일이 정해진 이 병장에게는 별다른 혜택이 없다. 누리꾼들은 그럼에도 솔선수범하여 할머니를 도운 이 병장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