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 공론화 더 늦기 전에 본격화하길
2023.01.10 18:21
수정 : 2023.01.10 18:21기사원문
정년연장은 초고령화 시대를 앞두고 심도 있는 토론이 필요한 이슈다. 함께 고려할 사안도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합의에 이르기까지 험난한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계속 미룰 수 있는 과제는 결코 아니다. 사회구조가 급박하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하는 것이 세계 최저 출산율이다.
저출산 고착화로 핵심 노동인구(25~59세)는 급격히 쪼그라드는 대신 고령인구가 비대해지는 것이 지금 현실이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비중은 해마다 높아져 2025년이면 20%를 웃돌 것이라고 한다. 이 수준을 초고령화 사회라고 부른다. 이런 구조에서 지금의 정년제도가 유지되면 시장은 인력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은퇴나이를 1년이라도 늦추는 것은 시장 유지를 위해서도 절박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정년연장은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고령화 현상을 겪은 선진국들이 갔던 방향이다. 지난해 새 고령자고용안정법을 전격 시행한 일본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이 법은 정년 65세를 넘긴 은퇴자에게 기업이 70세까지 일할 기회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경험 많은 숙련공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기업에도 득이 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성공적으로 제도가 안착했을 때의 일이다. 현행 경직된 근무제와 임금체계 개편이 동시다발로 추진되지 않으면 정년연장은 오히려 더 큰 혼란을 부를 수 있다. 가뜩이나 엄혹한 시기 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세대갈등까지 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부가 정년연장 논의를 기존 임금체계 개편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후유증을 염두에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임금형태는 선진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호봉제가 주를 이룬다. 노조가 있는 100인 이상 사업체의 경우 호봉제인 기업이 70%에 가깝다. 근로자의 역할, 성과, 숙련도에 따라 다르게 보상하는 직무성과급제로 바꾸는 일은 정년연장 이전에 결판이 나야 하는 문제다. 이런 여건이 돼야 청년들이 일방적으로 일자리를 양보하지 않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더불어 보다 유연한 근무형태가 보장돼야 은퇴자 채용기피를 막을 수 있다.
고용부는 파견업종 확대,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노조 회계 투명화 등 다양한 개혁안도 보고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를 노동개혁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이번에는 반드시 매듭짓길 바란다. 적극적인 공론화와 과감한 실행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