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지도부 "야당 탄압" 엄호 나섰지만…사법 리스크 여진 '속앓이'

      2023.01.10 18:24   수정 : 2023.01.10 19:21기사원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0일 ‘성남 FC 후원금 의혹’으로 검찰에 출석한 이재명 대표 엄호에 적극 나섰다.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해 조정식, 정청래, 장경태 의원 등이 총출동해 '검찰에 무자비한 야당 대표 탄압' 프레임으로 이 대표 케어에 올인하는 양상이다. 다만 당내 일각에선 이 대표 개인 비리 의혹에 당 지도부가 대거 병풍으로 나서면서 당 전체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감수하려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에서 이 대표가 청사 안으로 들어간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무도한 칼날 앞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이를 ‘개인 이재명’이 아닌 '윤석열 대통령의 경쟁자이자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기획 보복 수사로 규정하고 이 자리에 함께 왔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검찰 소환을 윤석열 정부의 정적 제거를 위한 '억지 짜 맞추기식 수사'로 규정하고 당 전체가 정부·여당의 야당 탄압에 온몸으로 맞서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그는 이어 “향후 당원들과 부당한 상황을 이겨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 대표 검찰 출석에는 박 원내대표와 최고위원 등 지도부를 비롯해 소속 의원 50여명이 동행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이런 단일 대오 엄호에 대해 이 대표 개인 문제를 당 전체가 리스크를 안고 감수하려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이 대표가 인천 계양에 출마할 때부터 여당의 방탄 프레임이 작동되기 시작했다”며 “이 행위(민주당 의원 집결)는 이를 더 공고히 해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여당이 실책을 해도 지지율 등 측면에서 민주당이 반사 이익을 좀처럼 누리지 못하는 건 이 같은 방탄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조 의원은 또 “민주당이 국정의 한 바퀴를 담당하는 제1 야당으로서 대한민국이 제대로 굴러가게 하려면 국민으로부터 제대로 평가받아야 하는데 방탄 프레임 때문에 그러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같은 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당 지도부가 이 대표와 동행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이 대표 혼자서 가는 모양 아니면 당 지도부와 함께 가는 모양, 이것을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어떻게 느끼느냐, 이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조 의원과 박 전 장관은 당과 개인 문제를 분리해야 한다는 주문도 내놨다. 여기에는 검찰 수사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고, 여론의 방향도 예측 불가인 상황에서 무조건 '이 대표 지키기'에만 당 전체가 나선다면 이 대표의 정치적 진로와 당 진로가 연동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검찰이 성남 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를 기소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향후 재판 양상에 따라 민주당 내 이 대표 사법 리스크와 당 일체화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 의원은 “(민주당 의원의) 거의 절대다수가 현 상황을 굉장히 우려하면서 목소리를 안 내고 있다”며 “(당내에) 침묵하는 다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재판 과정에서 명확한 증거가 나오거나 국민적 여론이 불리하게 작용할 경우 이 대표 개인을 넘어 당 전체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인 셈이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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