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차례상 비용 '역대 최고'…전통시장 25만원·마트 36만원

      2023.01.13 05:00   수정 : 2023.01.13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 매년 차례를 지내온 주부 권모씨(58)는 지난해 추석에 이어 이번 설을 앞두고도 걱정이 커졌다. 경기침체 등으로 물가가 천정부지로 올라 차례상에 올리는 과일과 떡 등의 오른 가격이 부담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상 차림 메뉴를 줄이자니 말 그대로 '조상님 뵐 면목이 없어' 그러지도 못하고 있다.

특히 제사상에 과일류는 포도, 사과, 배 등 다양하게 올리는 편이다. 권씨는 "그나마 지방에 내려간 간 김에 원산지 근처에서 사과를 값싸게 많이 사와서 시름을 좀 덜었다"며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라 차례상도 예년보다는 조금 간소하게 차려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설 차례상 물가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여 설을 앞둔 소비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12일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4인 가족 기준 설 차례상 비용이 전통시장을 이용할 경우 지난해보다 4.1% 증가한 25만4500원이 필요할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마트를 이용한다면 35만9740원이 필요해 전통시장 이용에 비해 41.4% 가량 높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2.1% 증가한 금액이다.품목별로 보면 생산량이 늘어난 채소류와 과일류 등 농산물은 지난해보다 가격이 하락했고, 곶감과 대추도 출하량이 늘며 가격이 내렸다. 나물류는 제철을 맞은 시금치는 가격이 내렸지만 해마다 생산량이 줄고 있는 고사리는 2년 연속 값이 뛰었다. 전체적으로는 생산량이 개선되며 작년보다 하락세를 보였다.

수산물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다수 품목의 가격 변동이 거의 없었지만 생육환경이 좋지 않은 다시마는 가격이 올랐다.

축산물은 국제 곡물가 상승으로 사룟값이 오르고 유가가 급등하면서 영향을 받아 가격이 크게 올랐다. 특히 닭고기는 현재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세가 매서워 확산에 따른 공급 상황에 맞춰 가격 추이가 달라질 전망이다. 또 밀, 옥수수, 콩 등의 주요 공급지가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 부진으로 생산량이 급감했을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국제 곡물, 유류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가공식품 가격도 크게 올랐다.

한편 정부는 설 민생 안정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올해는 16대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인 20만8000톤 공급하고, 농·축·수산물 할인도 역대 최대 규모로 약 300억원을 지원한다.

또 지난해에 이어 이번 설 명절 연휴에도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을 1월 27일까지 한시적으로 완화해 설 선물 가액을 2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혜택 역시 지난 추석에 이어 설 연휴 기간 동안 제공할 예정이며, 지자체와 공공기관 주차장은 연휴 기간 무료 개방된다.


이와 관련, 이동훈 한국물가정보 선임연구원은 "전쟁으로 영향을 받은 일부 품목이 전체 물가 상승을 이끌었지만 그렇지 않은 품목은 오히려 작년보다 값이 내렸다"며 "좋은 품질의 재료를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하려면 정부의 설 물가 안정 대책을 활용해 다양한 할인 혜택을 받는 것이 현명한 소비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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