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경색 위기 넘겼다…단기물 금리도 안정

      2023.01.12 18:00   수정 : 2023.01.12 18:20기사원문

기업들의 자금사정에 숨통이 트일 조짐이 보이고 있다. 자금흐름이 원활해진다는, 경제 전반에 긍정적 신호다. 단기금융시장의 경직도를 나타내는 기업어음(CP)-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차이(스프레드)가 하락구간에 들어섰다.

100bp(1bp=0.01%p) 붕괴가 눈앞이다.

회사채 시장에도 온기가 돌면서 자금조달 또한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다만 채권안정펀드를 비롯해 정부 지원에 기댄 '버티기', 다시 말해 일시적 경색완화라는 시각도 여전하다.

12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91일물 CP 금리와 동일물 CD 금리 스프레드(12일 기준)는 100bp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7일(95bp) 이후 2개월 만에 최저치다.
151bp로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50bp 이상 떨어진 셈이다.

CP와 CD 금리는 각각 기업과 은행이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필요한 신용도 수준을 가리킨다. 그 차이가 벌어지면 기업의 신용위험이 은행 대비 커졌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은행보다 기업의 신용위험이 높지만 그 격차가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기업들의 자금줄이 말라버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내내 급격한 금리인상이 실시된 데다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보증 채무불이행 사태가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실제 CP 금리는 지난해 9월 21일 이후 12월 1일(5.54%)까지 한 차례도 빠짐없이 뛰었고, 약 13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지금은 정부가 채안펀드와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한 유동성 투입 효과로 불길이 일부 잡힌 상태다. 지난해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 금리상승 기조가 매듭지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장기·우량 회사채 시장의 냉각은 이미 풀리는 모양새다. 기업들이 잇따라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올 들어 포스코(3조9700억원), LG유플러스(3조2600억원), KT(2조8850억원), 롯데제과(1조6550억원) 등에 모두 예상치를 웃도는 매수주문이 몰렸다.

금융당국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 금융시장 현황 점검회의에서 "회사채·CP 금리 하향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시장 안정세를 확고히 하기 위해 프로그램 적극 집행을 지속하고, 비우량물까지 그 영향이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소를 짓기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지원 프로그램이 종료되면 '안전판'이 사라지는 만큼 투자심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CP, CD 금리가 상당 폭 떨어지긴 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회사채 시장도 신용등급 A 이하 비우량물의 마비까지 해소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이한구 금융투자협회 전문위원은 "금융시장이 안정화되고 있으나 비우량물이나 올해 1~2월 만기가 돌아오는 다수의 부동산 PF-ABCP 상황은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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