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사라진 명동 거리, 일본·동남아 관광객 몰렸다

      2023.01.25 15:11   수정 : 2023.01.25 16:1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코로나 전엔 적었는데 요즘엔 일본, 동남아 외국인들이 많이 와요. 중국인들이 들어와서 코로나가 재확산될까 봐 걱정되죠.”
코로나19 확산 이후 얼어붙었던 명동에 훈풍이 불고 있다. 중국의 입출국 방역 강화 조치로 중국인 관광객은 드물었지만 일본, 동남아 등 신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며 상권이 살아나는 분위기다.

기자가 지난 11일 가본 서울 중구 명동 거리는 이른 시간에도 활기를 띠고 있었다.

캐리어나 큰 가방을 가지고 쇼핑하는 외국인 관광객들과 하루 장사를 위해 재고물품을 바쁘게 채우는 상인들로 부산스러웠다.

토스트 노점상 50대 김모씨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에는 노점상들이 아예 장사하러 나오지 않았다”며 “전과 비교하면 많이 좋아졌다”고 웃음 지었다.
이날 김씨의 토스트를 구매하는 손님은 그가 오전 장사를 접는 10시 40분까지 끊이지 않았다.

그는 “최근엔 일본과 동남아 관광객이 많이 늘었고 유럽에서도 온다”며 “호텔에 객실이 없어서 방을 구하지 못하는 외국인도 봤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30년째 김치찌개집을 하는 고모씨(49)도 손님 맞이 준비로 분주했다. 고씨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아 코로나 이전 정도로 매출을 회복했다”며 “상권이 회복세라 그런지 월세가 오른 곳도 종종 있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 공실률 2분기 연속 하락…변화하는 명동 상권

이날 명동 거리에는 건축 자재를 옮기는 트럭이 오갔다. 각 골목에는 공사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올해 1·4분기에 입점하기로 한 아디다스 매장을 비롯해 곳곳이 전면 공사를 하거나 내부 인테리어 공사로 분주했다.

글로벌 부동산 정보회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서울 리테일 마켓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공실률은 45.8%로 1분기(57.2%), 2분기(52.5%)에 이어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팬데믹 이후 명동에서 발생한 공실 중 약 56%가 화장품 매장이었다. 화장품을 대량 구매하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명동에 여전히 비어 있는 매장들은 화장품 가게들이 많았다. 대신 의류 매장이 새로 들어오는 경우를 찾아볼 수 있었다. 명동 상가를 주로 거래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예전에는 중국인들을 고려해 화장품 가게가 많이 들어왔는데 요새는 가방, 옷가게가 많이 들어오고 식당도 계약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명동 상권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돌아가려면 중국인 관광객 유치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한 번에 많은 수량을 구매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구매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명동부동산의 정필승 소장은 “특별하게 월세를 많이 받으려고 하는 분들을 제외하고는 매물이 많이 빠졌다”면서도 “과거에 비해서는 아직 부족한 편”이라고 했다. 정 소장은 “예전에는 가게가 다 차고 권리금도 붙었지만 지금은 공실이 아직 있어 권리금 붙는 것은 거의 없다”라며 “중국인들이 돌아오면 100%는 아니더라도 예전 정도로 회복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 상태가 일시적일 수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코로나 재확산 우려와 중국과의 관계 악화 등 다변하는 상황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코로나로 외출을 안 하던 사람들이 이제 마스크를 쓰고라도 외출하고 관광객들이 늘어 상권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지금 명동 상권이 살아난 것은 낮은 단계에서의 상승”이라고 진단했다.
권 교수는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올해 말까지 좀 더 지켜봐야 된다”고 말했다.

mj@fnnews.com 박문수 최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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