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64㎞로 쾅'…현대차 아이오닉5 승객·배터리 '이상무'
2023.01.15 13:07
수정 : 2023.01.15 14:06기사원문
【화성(경기)=최종근 기자】"잠시 후 충돌안전평가가 시작됩니다 5, 4, 3, 2, 1!" 카운트 다운이 끝남과 동시에 현대자동차의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가 충돌벽을 향해 속도를 내며 달려나갔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차랑 앞부분이 충격으로 찌그러졌지만 승객이 탑승하는 공간엔 변형이 없었다. 에어백은 정상적으로 전개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2일 경기 화성 남양연구소에서 아이오닉5 충돌안전평가를 진행하고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3일 그룹 신년인사회에서 최근 미국서 100m 아래 협곡으로 추락하고도 고객의 생명을 살린 엘란트라(아반떼의 미국 수출명)의 사례를 언급하며, 고객 신뢰의 핵심 요소로 '품질'과 고객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을 강조했다. 이번 실험은 전기차 화재 등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한편, 안전성을 더욱 강화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시험이 진행된 남양연구소 내 안전시험동은 2005년 12월에 완공됐다. 건물 전체 규모는 약 4m²(1만2000평), 충돌시험장은 약 2900m²(877평)다. 최대 5t의 차량을 시속 100㎞ 속도로 충돌시킬 수 있고, 각국의 평가와 실 사고를 구현한 다양한 시험을 진행할 수 있다. 충돌시험장에선 사람 대신 차량에 탑승하는 인체 모형도 전시돼 있었는데, 한 세트당 가격이 15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백창인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 통합안전개발실 상무는 "충돌안전평가는 글로벌 판매차량 기준으로 평균 100회 이상 실시하며 시험 전 버추얼 시뮬레이션을 통한 개선, 시스템 및 단품 평가를 통한 성능 검증 후 실차 평가를 진행을 하고 평가 후에도 여러가지 방법으로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100회의 실차 충돌 시험 외에도 버추얼 충돌 시뮬레이션을 통해 차종당 평균 3000회 이상의 충돌 해석 과정을 거친다는 설명이다. 한 차종의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충돌 안전 개발에만 4만5000시간이 소요될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차량당 소요되는 충돌 안전 개발 비용은 100억원 수준이다.
특히 그는 "기본적으로 국내 판매 차량과 해외 수출 차량의 차이는 없다. 또 국내공장 생산차량과 해외공장 생산 차량의 차이도 없다"며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원 바디' 골격 구조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오닉5, EV6, GV60 등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으로 만들어진 전기차는 전 세계 기관 가운데 가장 가혹한 충돌안전평가를 하는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HS)에서 최고등급인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TSP+)’를 획득한 바 있다.
최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 전기차 화재 사고에 대해선 안전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백 상무는 " 지난해 소방청 발표 기준으로 화재사고 발생 비율을 보면 내연기관차는 0.018%, 전기차는 이에 절반 수준인 0.010%"라며 "전기차여서 화재가 많이 발생한다는 것은 조금 오해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보다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선행개발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자체에 대한 단품 단위의 시험을 실시하고 있으며, 화재 위험 요소가 있는 부위는 법규가 정한 위치가 아니더라도 별도의 시험도 진행한다. 아울러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백 상무는 "고객 안전 최우선 철학을 기반으로 최상의 제품 개발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도 보다 높은 안전 성능을 목표로 차량 개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