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스텝' 한은 위에 '빅스텝' 금융당국…이자매력 없어지는 특례보금자리론

      2023.01.15 15:55   수정 : 2023.01.15 15:5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은행권 수신 경쟁 자제령을 내렸던 금융당국이 이번엔 대출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이에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에도 시중은행의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는 낮아지고 있다. 통상 기준금리가 오르면 양쪽 금리가 모두 올라야 하지만 최근 시장금리 변동과 정부의 개입이 금리 방향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당국이 내놓은 서민금융 정책금리의 금리 매력도가 사라진다는 모순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준금리 인상에도 대출금리 일제히 하향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의 최근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가 전월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예금금리 경쟁을 자제시키면서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예금금리를 떨어트린 탓이다. 기준금리, 시장금리 상승으로 지난해 11월 5%를 넘어섰던 예금 금리는 최근 4%대로 내려왔고, 일부 은행 상품의 경우 3%대 후반까지 하락한 상태다.


은행채 금리를 기반으로 하는 주담대 고정형과 신용대출 금리도 낮아질 전망이다. 최근 일주일 동안 채권시장에선 은행채 5년물과 1년물의 금리가 4%대 초반에서 3%대 후반으로 내려왔다.

이와 별개로 시중은행들 자체적으로도 가산금리를 줄이거나 우대금리를 늘리는 방식으로 주담대 금리를 큰 폭으로 내리고 있다. 지난주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이 최대 0.8%포인트(p)의 대출금리 인하를 결정했고 나머지 시중은행들도 이번 주중 비슷한 조치에 나설 예정이다. 최근 불과 1주일(6∼13일) 사이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단은 0.7%p(8.110→7.410%) 급락했다.

■시중은행이 더 싼데 굳이 특례보금자리론?
가계대출에 통화정책이 먹혀들지 않으면서 금융소비자들도 혼란이다. 당국이 계속 금리를 인위적으로 떨어트린다면 굳이 정책금융을 이용할 이유가 없어서다.

오는 30일 출시를 앞둔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 연 이자율이 평균 5%선에서 형성될 예정인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인하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면서 이미 은행권 주담대 금리 하단은 4%대로 내려왔다. 고신용자의 경우 특례보금자리론보다 낮은 4~5%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대출금리가 외려 더 낮아지는 역전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권이 지난해 11월 금통위 기준금리 인상분을 은행권이 반영하지 않은 가운데 이번 한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이라면 특례보금자리론 금리가 더 높을 가능성도 크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도 때도 그렇고 금리 메리트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물론 나중에 더 낮은 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는 비용이 들진 않지만 금융소비자 입장에선 혼란"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특례보금자리론이 수요예측에 실패 후 쓸쓸히 퇴장한 안심전환대출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특례보금자리론의 관건은 DSR 포함 여부와 대출금리 수준이었다"며 "DSR 규제에서 빠지면서 당초에 흥행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정부가 대출금리를 큰 폭 끌어내리면서 이자 매력도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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