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털 박힌 시중 은행 마구잡이 때리기는 곤란
2023.01.16 18:16
수정 : 2023.01.16 18:16기사원문
치솟는 이자에 서민들 곡소리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은행권 그들만의 파티는 이질적이고 거부감마저 준 게 사실이다. 더구나 은행 수익은 처절한 사투 끝에 얻는 기업 성취물과는 다르다. 땅 짚고 헤엄치듯 앉아서 번 이자가 수익의 대부분이었다. 그런 만큼 이자로 허리가 휘는 서민층 배려는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마땅했지만 우리 금융권은 그러질 않았다.
오히려 빠듯한 점심시간을 이용해 은행 일을 볼 수밖에 없는 직장인들 처지는 아랑곳없이 아예 점심영업 중단까지 추진했다. 팬데믹 기간 줄였던 근무시간 복원은 지금도 요원하다. 은행에 곱지 않은 시선은 이런 현실에서 나온 것이다. 은행 노사는 지금이라도 처절한 반성과 새로운 각오를 내놔야 마땅하다.
은행이 자초한 면이 있긴 하겠으나 최근 정부·정치권의 지나친 은행권 압박도 심각히 생각해 볼 문제다. 여야 의원들은 대출금리 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법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금리폭리방지법(은행법 개정안)'을 국회 처리가 시급한 7대 법안에 올려놨다. 금융기관이 소비자에게 이자율 산정방식 근거를 공개하거나 가산금리 원가를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은 은행의 예대금리차와 이로 인한 수익을 공시, 보고하는 내용을 골자로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일각에선 횡재세를 물려야 한다는 의견까지 비등하다.
기준금리가 계속 오르는데도 정치권 눈치를 보며 금리를 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시장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 지금 예대금리차가 난데없이 크게 벌어진 것도 지난해 11월 당국의 어설픈 압박에 기인한다. 지금 같은 마구잡이식 때려잡기라면 새로운 관치를 부를 수 있다. 법과 정책을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시중은행들이 하루빨리 후진적인 수익모델에서 벗어나 혁신으로 거듭나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