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배상 해결, 이제 일본이 성의 보일 때

      2023.01.17 18:06   수정 : 2023.01.17 18:06기사원문
한일 관계가 중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양국 관계에서 가장 큰 경색요인의 하나였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징용) 노동자 배상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면서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이를 위한 이니셔티브를 취했다.

즉 2018년 대법원에서 징용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재단'이 한일 기업으로부터 출연을 받아 배상금을 먼저 지급하는 방안이다. 일종의 '제3자 대위변제' 방식이다.
그러나 징용 피해자들은 이에 아직 선뜻 동의하지 않고 있는 만큼 일본 정부의 보다 적극적 성의 표시가 사태 해결의 관건인 셈이다.

우리는 제3자 대위변제가 선택가능한 차선책이라고 본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당시 청구권 협정을 통해 유·무상 5억달러의 경제협력자금을 지원해 청구권 문제가 일단락됐다는 입장이다. 강제동원 문제는 한국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일본 정부가 이런 요지부동의 자세를 견지하는 한 문제 해결이 요원해진다. 이를 감안해 정부는 미쓰비시중공업 등 이른바 일본 전범기업들의 참여를 이끌기 위해 포스코나 한국도로공사 등 국내 청구권 수혜기업이 먼저 피해자재단에 기금을 출연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일종의 고육책이다.

공을 넘겨받은 일본 정부의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는 이야기할 수 있다"고 하는 등 종전보다 유연한 기류를 보였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 발동한 대한 수출규제를 해제하고 양국 간 셔틀외교 복원도 검토 중이란 말도 들린다. 그러나 한일 관계가 아베 내각과 문재인 정부 간 정면대치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강제징용 문제부터 매듭지어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처럼 일본 정부의 미적지근한 태도론 곤란하다.
전범기업에 대한 구상권을 포기하고 일반기업의 출연을 검토하는 수준으로 피해자들을 납득시키긴 어렵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등 일본 내 양심적 인사들이 16일 "피고 기업이 사과도 하지 않고 1엔도 내지 않는 방안은 해결이라고 할 수 없다"는 요지의 성명을 냈겠나. 기시다 내각은 이를 귀담아듣고 가해 기업의 직접 기금 출연을 유도해야 할 이유다.
일본 정부가 과거의 반성을 계승한다는 소극적 사과에 머무르지 말고 문제 해결을 위해 보다 전향적 자세를 취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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